21세기 정보기술(IT) 혁명은 디스플레이 기술이 주도하고 있다. 얇고 가벼운 액정화면(LCD)이 없다면 컨버전스 휴대폰이나 노트북PC의 탄생은 불가능했다. 화려한 디지털 영상을 앞세워 홈네트워크와 홈엔터테인먼트의 허브로 떠오른 대형 평면TV 역시 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PDP) 기술 덕분에 가능했다.
디스플레이는 IT 강국 한국의 힘이 여실히 드러나는 부문이다. 지난해 LCD와 PDP 등 평판 디스플레이 세계 시장 규모는 508억6,000만 달러(51조원)에 달한다. 국내 업체의 시장 점유율은 38.7%로 삼성전자와 삼성SDI, LG필립스LCD와 LG전자 4개 회사가 사실상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LCD 분야는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가 대만과 일본, 중국의 경쟁 업체를 압도한다.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 총 4,660만대의 LCD 패널을 만들어 27.6%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다. LG필립스LCD는 4,063만대를 공급, 시장점유율은 25.5%이지만 TV용 대형 LCD에서는 22.0%로 삼성전자(20.4%)를 눌렀다.
PDP 역시 삼성SDI와 LG전자의 ‘독무대’다. 삼성SDI는 7분기 연속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삼성SDI는 2·4분기 43만대의 판매실적을 올리면서 31%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했고, LG전자는 2분기 33만5,000여대의 PDP 제품을 판매했다.
최근 일본 마쓰시타가 생산량을 크게 늘리고 있으나 국내 업체들은 대형 원판 한 장에서 4장의 42인치 PDP 제품을 만드는 4면취 기술과 한발 더 나아간 6면취 기술 등을 도입, 시장 주도권을 굳게 지키고 있다.
‘디스플레이 패권’은 그냥 얻어진 게 아니다. 2001년만 해도 일본 업체들이 세계 시장을 휩쓸었지만, 삼성SDI, LG필립스LCD 등은 대형 디지털 디스플레이 시장 확대를 예언하고 과감한 설비 투자와 한발 앞선 대형 제품 기술 개발을 통해 역전에 성공했다. 당시 해외 업체들은 한국의 디스플레이 투자 열기를 ‘무모하다’고 평가했지만, 불굴의 도전 정신이 결국 ‘대박’으로 이어졌다.
우리나라는 LCD와 PDP의 뒤를 잇는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부문에서도 세계 시장을 이끌고 있다. 삼성SDI가 1·4분기 2,810만 달러의 매출을 올리며 세계 OLED 시장 1위 자리를 굳히면서, 한국은 브라운관에 이어 LCD와 PDP, OLED에서 모두 세계 1위에 오르는 ‘디스플레이 그랜드슬램’을 차지했다.
‘디스플레이 대박 신화’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2005년 현재 전 세계에 보급돼 있는 TV 세트는 약 15억대에 달한다. 이중 LCD와 PDP를 이용한 디지털TV 제품은 6,100만대로 전체 시장의 4.1%에 불과하다.
이제 막 황금의 땅으로 진입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은 일본과 대만에 비해 최소 1~2년 이상 설비 투자 및 기술 격차를 벌여놓은 상황”이라며 “당분간 압도적 시장 우위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철환기자 plomat@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