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 카트리나에 의한 미국의 대참사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던 일본 정부는 6일 대형 태풍 ‘나비’가 일본 열도의 남부 규슈(九州)에 상륙하자 극도로 긴장하고 있다.
이번 태풍은 폭풍 반경(260~300km)이 카트리나(140~200km)보다 크고, 장시간 일본 열도를 통과하며 엄청난 비를 뿌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자칫하면 큰 재난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카트리나 참사를 남의 일 처럼 생각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뉴올리언스처럼 일본에도 제방을 의지하고 있는 저지대가 많다는 점 등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미국의 피해지역에 조사단을 파견키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이 조사하고 연구할 여유는 없었다. 4일 밤 내린 기습적인 집중호우 때문에 도쿄(東京)도 등 수도권의 가옥 3,000여채가 물에 잠기는 피해가 발생했다.
이날 집중호우는 시간당 100㎜를 넘는 이례적인 강우량으로 도쿄도가 상정한 시간당 최대 50㎜를 넘어서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하천 범람을 대비해 만든 24만톤 규모의 지하조정 연못 시설도 맥을 추지 못하는 등 심각한 문제점이 노출됐다.
이날 2시께 규슈에 상륙한 태풍 ‘나비’는 예상대로 엄청난 강우량을 기록했다. 상륙전부터 시간당 50~70㎜의 폭우가 내려 미야자키(宮崎)현 일부지역은 1,300㎜ 이상의 강우량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각 현에서는 산사태가 발생, 5명이 사망하고 14명이 실종됐다. 일본 정부는 하천 범람에 대비해 이 지역 4만9,000여세대 10만여명에게 긴급 피난 지시를 내렸는데, 미야자키현 노베오카(延岡)시에서는 실제로 하천이 넘쳐 긴박한 상황을 맞기도 했다. 미야자키현에서는 200여채의 집이 부서지고 1900여채의 집이 물에 잠기는 피해도 발생했다.
또 이날 규슈 전역에 걸쳐 항공기와 열차, 선박의 운행이 중지되고 단전ㆍ단수 사태가 발생하는 등 피해가 확산됐다.
기압 960 헥토파스칼, 초속 35m의 기세로 북상하고 있는 태풍 ‘나비’는 7일 연안을 타고 올라가다가 8일 도호쿠(東北)와 홋카이도(北海島) 지방에 다시 상륙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태풍은 시간당 25km 정도의 속도로 북상하면서 어느 때보다도 많은 양의 비를 뿌리고 있어 피해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도쿄=김철훈 특파원 ch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