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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PTS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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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PTSD

입력
2005.09.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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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매사추세츠주 로렌스의 한 유흥가에서 전 미군 해병대원이 갑자기 군중을 향해 총을 난사해 주민 2명이 부상했다. “누군가 침실 창문에 병을 던져 위협을 느꼈다”는 게 이유였다. 알고 보니 이라크 참전 용사였다. 전사자들을 매장하는 주검처리를 맡았던 그는 지난해 귀국 후 정신적 고통으로 치료를 받아왔다.

병명은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ㆍPost Trarmatic Stress Disorder). 이라크 참전 군인 다섯 중 하나가 이 증세를 앓고 있다. 8만 명 가량이 이런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는 셈이다.

▦PTSD는 전쟁, 천재지변, 화재, 물리적 폭행, 교통 사고 등 생명을 위협하는 충격을 경험한 후 나타나는 질병이다. 강한 정신적 충격이 스트레스 호르몬을 촉진시켜 뇌에 장애를 끼친다.

얼마 전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 생존자의 뇌를 들여다보니 감정과 관련된 뇌세포가 감소하고 뇌기능도 떨어졌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동남아 쓰나미와 9ㆍ11테러 등 대형 재난 뒤에는 늘 PTSD가 그림자를 드리운다.

▦일반적 증세는 불안과 초조, 경계심, 불면증 등이지만 심하면 자해적 행동과 자살시도 등이 나타난다. 베트남전 참전 군인 가운데 150만 여명이 PTSD로 정신과 치료를 받았지만 이 중 2만 여명이 자살을 택했다. 1999년9월 강력한 지진으로 2,400명이 사망한 대만에서 1년 동안 피해자와 가족 등 최소한 100명이 자살한 것도 PTSD와 관련이 있다.

치료가 쉽지 않아 미국과 프랑스에서 정신적 외상을 치료할 수 있는 알약을 개발해 임상실험 중이라는 보도도 있었다. 옛날 기억이 되살아 날 때마다 ‘망각의 알약’을 복용하면 기억의 고통을 완화해준다는 것이다.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유령의 도시로 변한 뉴올리언스에 자살이 잇따른다고 한다. 소방관과 경찰 몇 명이 극심한 공포와 무기력에 시달리다 목숨을 끊었다. 이재민을 수용했던 슈퍼돔에서도 수명이 자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죽음과 맞닥쳤던 순간의 공포와 가족을 잃은 슬픔, 앞날에 대한 불안감 등이 정신적 공황상태를 가져온 것이다.

짧게는 수일에서 길게는 수년의 잠복기를 거친다는 점에서 PTSD의 악몽은 오래 계속될 것이다. 카트리나 참사가 습지 파괴와 지구 온난화 등 인간이 자초한 재앙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자연의 복수’는 깊고도 길다.

이충재 논설위원 c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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