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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흑인 대이동' 막 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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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흑인 대이동' 막 올라

입력
2005.09.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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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 내 인종간 대이동을 초래할 전망이다. 최대 피해지역인 뉴올리언스에선 ‘엑소더스’에 따른 공동화 현상도 우려된다.

미 연방재난관리청(FEMA)은 이재민 중 100만 명이 귀환하지 않고 피난처에서 장기 거주 할 것으로 예상했다. 100만 명 대이동은 남북전쟁과 2차대전 전후 산업화 시기인 1940~70년대 시카고 디트로이트 뉴욕 등지로 500만 명의 흑인이 집단 이주한 이후 최대 규모다. 미 언론들은 뉴올리언스 시민 70%를 비롯, 이재민 대부분이 흑인이란 점에서 이를 ‘21세기 흑인 대이동’으로 부르고 있다.

대이주는 이재민들이 돌아갈 집이나 직장이 사라져 귀환할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돌아간다면 수개월간 협소한 수용소 생활을 감내해야 한다. 최대 피해자인 인구 50만의 뉴올리언스 대다수 이재민은 불가피하게 새 정착지를 찾아야 할 처지다. 뉴올리언스를 집어삼킨 물을 빼내는 데만 36~80일이 걸리고 이후에는 도시 건조와 방제에 또 3개월 이상, 옛 모습을 복구하는데 수년이 필요하다는 게 당국의 분석이다.

유일한 흑인 상원의원인 배럭 오바마는 “뉴올리언스의 경우 30만~40만 흑인 상당수가 저임금자이며, 이들은 재건을 기다릴 능력이 없다”고 말했다. 마이클 처토프 국토안보부 장관은 “근본적으로 뉴올리언스를 다른 지역으로 옮기려 한다”고 밝혔다.

뉴올리언스에서만 수천명에서 1만명으로 추산되는 사망자도 엑소더스를 자극하고 있다. 돌아온 일부 주민들은 눈 앞의 끔찍한 참상에 몸서리를 치고 있다.

20만 명의 거주지가 파괴되고, 여기저기 발견되는 시신들은 부패가 심해 신원확인도 못하고 있다. 전염병 등 2차 피해를 우려해 많은 시신들이 신원확인도 못한 채 그대로 매장되고 있다. 방송에서는 기적적으로 상봉해 눈물을 흘리는 가족들의 모습과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약탈과 총격전 등 무질서를 전하고 있다.

수백명, 수천명 단위로 거론되는 장기 피난처나 정착지로는 멀리 유타주와 디트로이트를 포함한 미시건주까지 포함됐다. 국토안보부는 텍사스 등의 수용소가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여러 부작용이 발생하자 이재민들을 30개주에 분산 수용할 예정이다. 루이지애나의 주도 배턴 루지의 경우 128㎞ 떨어진 루이지애나에서 몰려든 이재민들로 집값이 두 배로 급등했다.

5일 비난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3번째 현지 시찰에 나선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배턴 루지에서 시민들의 항의세례를 받았다. 한 여성은 “부시의 대답을 들어야겠다”며 길을 가로 막았다. 캐슬린 블랑코 루이지애나 주지사는 들끓는 비난 여론에 주민들이 수용된 휴스턴 방문계획을 취소했다.

정부 비판에는 이재민이 다수 발생한 아칸소에서 주지사를 했던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가세했다. 그는 범 정부 차원의 ‘카트리나 위원회’ 구성을 제안하며 부시 정부의 무능한 대응을 질타했다. 그러나 클린턴과 함께 ‘카트리나 재단’을 설립키로 한 아버지 부시는 지금의 여론을 ‘비난게임’이라며 아들을 옹호했다.

이태규기자 외신=종합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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