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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그린스펀과 크루그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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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그린스펀과 크루그먼

입력
2005.09.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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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대통령, 마에스트로, 차르…. 앨런 그린스펀 미 FRB의장의 권위와 영향력을 보여주는 수식어는 이처럼 많지만, ‘그가 말하면 시장은 듣는다’는 비유 만큼 분명한 표현은 없다. 1987년 레이건 대통령에 의해 폴 볼커의 후임으로 취임한 이래 지금까지 민주당과 공화당 정부에서 각각 2번씩 연임하며 ‘18년 권력’을 누리는 동안 세계는 늘 그의 입을 주시했다.

그래봐야 공식 발표 외에 언론에 던져준 말은 대부분 ‘노코멘트’였지만, 미국 경제가 침체 혹은 비이성적 과열의 고비를 맞을 때마다 보여준 그는 시장관리 능력은 세계가 공인했다.

▦지난해 7월 다섯번째 임기를 시작한 그가 내년 1월 말 물러난다. ‘14년 단임’으로 규정된 FRB이사 임기가 만료돼 의장직도 내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내년 5월만 넘기면 최장수(18년10개월) 기록을 세우는 그를 배려해 한때 임기연장 방안이 검토됐으나 대세는 사임쪽이다. 그를 위한 ‘고별 세리모니’가 8월 말 와이오밍주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관문이자 그랜드 티튼 국립공원 인근의 휴양도시인 잭슨홀에서 열렸다.

‘그린스펀의 시대, 미래를 위한 교훈’이란 주제로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이 마련한 연례 심포지엄이 그것. 참석자가 100명 미만으로 제한됐기에 이에 끼려는 경쟁도 어느 때보다 치열했다고 한다.

▦여기서 그린스펀은 ‘경기과신에서 비롯된 주식ㆍ주택 등 자산가격의 거품’을 경고해 전 세계 시장을 움찔하게 했다. 평소의 그답지 않게 “주택시장의 호황은 필연적으로 가라앉을 것”이라고 직설적으로 표현한 그 자체만으로 뉴스였다.

맹목적 추종도 뒤따랐다. 로버트 루빈 전 재무장관은 "그린스펀은 FRB 의장이 경제적 슈퍼맨의 능력을 가져야함을 보여줬다“고 칭송했고, 앨런 블라인더 프린스턴대 교수는 “그린스펀이 지켰고 그의 후계자들이 본받아야할” 통화정책 10대 원칙을 제시했다.

▦그린스펀의 부동산 거품 경고가 더욱 이목을 끈 것은 같은 시기에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 역시 거품 붕괴 시나리오를 제시하며 그 충격이 3년 이상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한 까닭이다. 하지만 정작 크루그먼 얘기의 초점은 “그린스펀이 부시 정권의 감세정책을 무분별하게 지지함으로써 부동산 거품을 조장했다”는 것이었다.

물러나는 사람의 명성을 해치지 않으려고 대부분의 언론은 이를 피해갔지만, 부동산 거품 붕괴와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후유증이 겹치는 시기에 은퇴해야 하는 ‘구루(guru)’의 마음이 편할 리 없다.

이유식 논설위원 y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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