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는 것 같다. 먹는 이야기 중에 심심찮게 전어 이야기가 나온다. 이걸 구우면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고 한다. 어릴 때 태백산맥 동쪽에서 자란 나는 전어 구경을 하지 못했다.
서해에서 나는 고기이고, 냉장 이동이 쉽지 않던 때라, 또 고속도로는커녕 국도 대부분 비포장이었던 때라 이 고기가 아무리 맛있다 해도 산맥을 넘어 반대편 동쪽 마을까지 올 수가 없었던 것이다.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면서 동해안 쪽 어른들이 얕은 맛의 으뜸으로 치던 고기는 바로 임연수어이다. 명태는 명천의 태서방이 처음 잡은 고기이고, 임연수어는 임연수라는 사람이 처음 낚은 고기여서 그런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그런데 내 어린 시절엔 임연수어라고 부르지 않고 ‘새치’라고 불렀다. 우리 눈에 뾰족한 고기는 꽁치이고, 넓적한 고기는 새치다. 이것을 전어 굽듯 숯불에 노릇노릇하게 구워 그 껍질에 삼년만 밥을 싸 먹으면 고래등 같은 기와집 하나가 결딴난다고 했다. 그래서 ‘밥도둑’ 정도가 아니라 아예 ‘살림 도둑’이라고 불렀던 고기이다.
다들 시장에 나가 보시라. 그런 전어와 임연수어가 우리 가을 바다로 돌아왔다.
소설가 이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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