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가 물러가고 하늘이 높아진 가을 문턱, 달콤한 기타 선율의 강렬한 유혹이 다가온다. 국내 대표적 기타리스트 장승호가 이번 주 토요일(10일) 코리안심포니와 협연하는 것을 시작으로, ‘기타의 왕족’ 로메로 가문의 명인 페페 로메로(61)와 앙헬 로메로(59) 형제, ‘기타의 지존’ 세고비아의 마지막 후계자 크리스토퍼 파크닝(57), 일본이 자랑하는 기타의 영웅 야마시타 가즈히토가 잇따라 내한한다.
가을을 여는 기타의 첫 무대가 될 장승호와 코리안심포니의 공연은 10일 오후 5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이날 공연은 피아니스트 김대진이 지휘하고 해설하는 청소년음악회 ‘김대진의 음악 교실.’ 스페인의 정열이 가득한 걸작 로드리고의 ‘아랑훼즈 협주곡’을 연주한다. (02)580-1300
페페 로메로와 앙헬 로메로는 13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유라시안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협연한다. 두 사람은 1990년대 초부터 여러 번 내한 독주회를 했지만, 듀오 공연으로 오기는 처음이다. 형제가 한 무대에 오르는데다 지휘자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동생 앙헬이 이번 공연을 직접 지휘하면서 연주할 예정이어서 더욱 화제다.
형제가 함께 ‘2대의 기타를 위한 협주곡’을, 앙헬이 로드리고의 ‘아랑훼즈 협주곡’을, 페페가 아버지 셀레도니오의 작품인 ‘말라가 협주곡’을 협연한다. 기타 곡 외의 작품으로 슈베르트의 ‘교향곡 5번’도 들을 수 있다.
로메로 가문의 신화는 형제의 아버지 셀레도니오 로메로에서 시작한다. 유명 기타리스트 겸 작곡가였던 그는 세 아들 셀린, 페페, 앙헬과 함께 기타 4중주단을 만들어 활동했다. 셀린은 은퇴했지만, 기타의 명가로서 로메로 가문의 영광은 페페와 앙헬, 그들의 아들 셀리노, 리토까지 3대째 이어지고 있다. (02)2662-3806
기타 팬들이 오래 동안 고대해온 크리스토퍼 파크닝의 첫 내한 독주회는 25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파크닝은 ‘기타 플레이어 매거진’이 전세계 독자를 상대로 실시한 투표에서 여러 해 연속 ‘최고의 클래식 기타리스트’로 뽑혀 세고비아, 존 윌리엄스, 줄리언 브림과 나란히 기타리스트 명예의전당에 이름을 올린 특급 연주자. 소프라노 캐슬린 배틀과 함께 녹음한 듀오 음반은 우리나라에서도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파크닝은 주로 소품을 연주하는데 더없이 달콤하고 낭만적인 음색으로 유명하다. 기타리스트 장승호는 “그의 손을 거치면 바흐마저도 꿀이 된다”고 말한다.
30세 때 기타를 버리고 은퇴했다가 돌아온, 남다른 인생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19세부터 음반을 발표하고 최고의 기타리스트로서 명성을 누리던 그는 ‘30세가 되면 모든 일을 떠나서 자연에 파묻혀 살겠다’는 결심을 실천했다. 몬태나 주의 대자연 속에 은둔하면서 송어낚시 등을 하면서 자유롭게 살다가 기독교 신앙 체험을 계기로 4년 만에 다시 기타를 들고 무대로 돌아왔다.
이번 공연 1부는 기타 독주, 2부는 미국인 바리톤 주빌란트 사익스와의 듀오다. 스페인 바로크 음악을 대표하는 가스파르 산즈의 ‘스페인 모음곡’부터 현존 작곡가 레오 브라워의 작품에 이르기는 다양한 기타 곡들과, 흑인영가와 미국 노래, 영화음악 등을 들려준다. (02)541-6234
11월 4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만나게 될 야마시타 가즈히토는 ‘기타의 신’으로 불린다. 드보르자크의 ‘신세계’ 교향곡,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 스트라빈스키의 ‘불새’ 등 관현악 대작을 기타로 편곡해서 연주하는 대담무쌍함, 초인적인 기량과 완성도 면에서 불세출의 기타 영웅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02)541-6234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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