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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窓] 국제 극지의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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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窓] 국제 극지의 해

입력
2005.09.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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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나비의 진로에 정부와 온 국민의 관심이 쏠렸었다. 몇 해전 큰 피해를 끼친 태풍 매미보다 더 강력하다는 예보와 더불어, 가공할 허리케인이 미국 뉴올리언스를 초토화시킨 직후였기에 우리는 더욱 불안에 떨어야 했다. 나비는 다행히 일본 열도를 넘어 동해로 비껴 간다고 하니 가슴을 쓸어 내릴 수 있었다.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기상 재해는 과연 영화 ‘투모로우’에서처럼 지구 역사를 바꿀 만한 대이변을 일으킬 것인가? 인류의 현재 과학 수준과 그간 수집된 자료만으로는 명확한 답변을 내릴 수 없는 형편이다. 그렇기에 전 세계 과학자들은 기상 이변의 원인을 찾고 장래의 기후 변화를 예측하기 위해 지식과 역량을 모으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2007~2008년으로 지정된 ‘국제 극지의 해 (International Polar Year)’는 자연과학 분야의 모든 국제 기구들의 총연합체인 국제과학연맹(ICSU)과 세계기상기구(WMO)가 주관하는 인류 역사상 최대 규모의 국제 공동연구 기획이다.

그 주제의 핵심은 남극과 북극을 포괄하는 극지방에서 지구환경 변화를 관측하고 원인을 밝히자는 것이다. 지구환경은 바다, 육지, 대기, 생물, 빙하 등이 서로 유기적으로 얽힌 거대한 시스템이다. 그래서 해수면 상승과 홍수, 가뭄 등 기상 이변과 환경 변화를 제대로 파악하려면 이 모든 것을 이해해야만 한다. 그 중심에 극지방이 존재한다.

만약 지금처럼 지구가 계속 더워지면 남극 얼음이 녹아 해수면이 90㎙ 이상 상승해 대부분의 세계 대도시는 바다 속에 잠기게 된다. 빙하가 녹아 수온이 낮아지면 어떤 기상 변화가 일어나고 지구 생태계에는 어떤 변화가 초래될까? 이런 환경변화는 전적으로 대기 오염 때문인가? 대기 오염 감축 노력으로 환경 변화를 줄일 수 있을까?

지구 온난화에 극지는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일까? 이런 모든 물음들은 극지 과학자들의 최대 관심사가 되고 있다. 지난 수십만 년 동안 지구에 일어난 몇 번의 급격한 기온 변화, 곧 빙하기와 간빙기의 모든 기록은 남극의 두터운 빙하와 주변 바닷속 퇴적물에 가장 잘 보존돼 있다.

‘국제 극지의 해’는 인류 과학사의 전래 없는 중요한 업적을 남길 것으로 기대된다. 선진국들은 벌써 몇 년 전부터 이에 대비한 연구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책임 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전 인류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극 동참해야 한다.

정호성 극지연구소 경영기획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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