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제품 전시회인 ‘국제전자전람회(IFA) 2005’ 행사가 7일 폐막한다.
이번 전시회는 사상 처음으로 고화질(HD)로 방송될 2006년 독일 월드컵 개최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전개될 HDTV 시대에 대한 기대감 탓인지 대형 디스플레이가 주종을 이뤘다.
국내 전자업체들의 전시 규모가 어느 때보다 커 전시회를 압도한 반면 소니 등 일본 업체들은 전시된 제품이 다양하지 못해 위축된 모습이었다. 중국과 대만, 인도의 신흥 업체들도 존재를 부각시키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었다.
HD TV 시대를 여는 TV들
디스플레이가 전시품의 60% 이상을 차지한 이번 IFA에서는 국내 전자업체들의 제품이 단연 돋보였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지상파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폰을 나란히 시연, 전시회의 기선을 제압했다.
삼성전자는 브랜드 2기 전략인 ‘이매진’(Imagine)을 주제로 세계 ‘빅3’인 102인치 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PDP) TV, 82인치 액정화면(LCD) TV, 71인치 DLP 프로젝트TV를 내세워 최고 인기를 누렸다. 홈씨어터 시스템과 MP3 플레이어, 디지털캠코더 ‘미니캣’도 관람객들로부터 큰 관심을 끌었다.
LG전자는 71인치 금장 PDP TV와 함께 세계 최초 60인치 풀 고화질 PDP TV, 세계 최초 로 출시한 벽걸이 프로젝터 등으로 관람객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대우일렉트로닉스도 300여평의 독립전시관에 PDPㆍLCD TV와 개인멀티미디어플레이(PMP), 무선 홈네트워크 등을 선보였다.
신기술 돋보인 필립스
글로벌 기업들이 신기술이나 제품 공개를 꺼리는 가운데 필립스는 전시장에 ‘퓨처존’ 등을 개설하고 신기술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최첨단 움직임 추정 기술을 이용한 ‘볼 트래커’는 리모컨 스위치를 누르면 축구경기 화면이 파노라마 모드로 바뀌면서 골인될 때까지의 볼 자국이 남는 화면이 재생된다. 직물속에 발광 다이오드를 심어놓아 일정한 모양을 연출하는 옷 가방 쿠션, 특수 안경을 쓰지 않고도 사물이 손에 잡힐 것처럼 생생한 3차원 입체 영상을 만들어 내는 42인치 액정화면(LCD) 모니터 등이 큰 관심을 모았다.
특히 종이보다 얇은 ‘두루마리 디스플레이’는 압권이었다. ‘리디우스(Readius)’로 명명된 5인치 크기의 이 디스플레이는 사용하지 않을 때는 돌돌 말아 주머니에 집어 넣을 수 있다.
문자, 그래프, 전자맵 등 읽기 중심의 기기에 적합하고, 전력소비가 낮으면서도 낮에도 밝은 화면을 제공한다. 필립스 관계자는 “LCD 만큼 크게 만들 수 있으며, 2~3년내에 풀 컬러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극적인 일본 업체
반면 소니와 샤프 등 일본업체들은 예상과 달리 기존 주력제품을 전시하는데 그쳤다. 특히 소니의 경우 차세대 주력제품으로 선정한 LCD TV는 출품하지 않았고 카메라와 캠코더, PSP, 소니에릭슨 휴대폰 등과 30여대의 PDP TV를 내놓아 관람객들의 기대를 저버렸다.
대신 중국의 하이얼, 창홍, 하이센 등과 인도의 베코, 베스텔 등 그동안 디지털TV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업체들이 PDPㆍLCD TV 제품을 대거 전시하면서 세계 디지털TV시장 본격 진입을 예고했다.
전시회에 참가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전시회는 내년도 유럽 디지털TV 시장의 본격 개막을 알리는 서막과 같다”며 “세계 TV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경쟁자인 일본 업체들의 소극적인 모습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김동국 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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