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 카트리나가 가져온 재해에 대한 미국 방송의 보도태도가 말을 낳고 있다. 뉴올리언스 등지에서 ABC, NBC, CBS 등 공중파 방송과 CNN, FOX뉴스, MSNBC등 뉴스 전문 케이블 채널 등이 펼치는 취재 경쟁은 뜨겁다. 특히 ‘부시 때리기’ 경쟁이 시작된 뒤에는 시청률이 급등하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취재진은 경찰 군인들도 다가서길 주저하는 곳도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뛰어들며 조지 W 부시 정부의 무능을 폭로하고 있다. 매머드 미디어그룹이 소유하고 있는 관계로 대정부 비판에 소극적이던 방송들의 이 같은 태도 변화는 주목을 받을 만하다.
특히 평소 ‘확실한 보수 방송’을 지향하며 부시를 지지해 온 FOX뉴스마저도 이번에는 등을 돌리면서 부시 대통령은 사면초가가 됐다. 리처드 닉슨을 물러나게 했던 워터게이트에 빗대 이번에는 카트리나 게이트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하지만 이 같은 자세는 결국 대 정부 비판을 상품화했을 뿐 이라는 지적도 많다. 폴 레빈슨 포드햄대 교수(커뮤니케이션학)는 “허리케인 피해 복구 과정에서 (방송의) 유일한 관심사는 정부의 잘못”이라면서 “좋은 거리가 생겼다 하면 언론은 맹공을 퍼부을 준비가 됐다”고 지적했다.
또 이라크 전쟁을 감행했을 당시 날카로운 비판 대신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면서 공정성을 의심 받았던 대형 방송사가 이번에 이를 만회할 기회로 삼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와 함께 재해에 대한 사전 예보와 경고 의무가 있는 방송사들이 정작 이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비난도 나온다. 언론모니터 기관인 게스트 칼럼에는 “재해의 뉴스를 빨리 전하는 것은 미디어의 기능이 아니라고 말하는 듯하다”고 비꼬는 글이 실렸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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