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의 광주 방문은 자신의 이름을 딴 김대중건벤션센터 개관식 참석을 위한 비정치적 일정이었지만, 그 어떤 현역 정치인의 행사보다 민감한 시선과 화려한 조명을 받았다.
5일 망월동 5ㆍ18묘역에서 참배했을 때 수많은 정치인들이 자리를 함께 했고, 6일 컨벤션센터 개관식에 여야 정치인들이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는 사실은 김 전 대통령의 살아있는 영향력을 실감나게 했다. 더욱이 “국민의 정부 때 불법 도청이 있었다”는 국정원의 발표로 현 정부와 DJ 정부 사이에 갈등기류가 생겼고, 연정론으로 정국이 어수선한 상황이기 때문에 김 전 대통령의 움직임은 예민한 대목이었다.
이를 의식한 듯 김 전 대통령은 개관식 연설에서 정치적 발언은 삼가며 “광주시민은 살아서도 죽어서도 나를 돕고 용기를 주었다”는 등 호남과의 운명적 관계를 강조하는 말을 주로 했다.
다만 “나는 흔들림 없이 민주화와 경제발전, 사회안정의 길을 달렸다. 대통령으로서 모든 정성과 노력을 다해 어떤 부정과도 타협하지 않았다”는 언급은 눈길을 끌었다. 불법 도청 파문 등에 대해 결백을 재차 강조하고 불쾌함을 표시한 것으로 해석되는 분위기였다.
김 전 대통령은 또 “5ㆍ18 광주의거 때 ‘광주시민을 죽인 자들과 절대 타협하지 않겠다, 광주시민과 함께 목숨을 바치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서도 일각에선 “노무현 대통령이 제안한 한나라당과의 대연정에 대한 우회적인 반대 아니냐”고 풀이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개관식엔 여야 지도부가 총출동해 김 전대통령과 호남의 마음을 얻기 위한 구애 경쟁을 벌였다. 우리당 문희상 의장은 “우리당의 뿌리는 김 전 대통령으로부터 나왔다”며 “우리당과 민주당의 뿌리는 같으며 연정 이상의 통합은 없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맹형규 정책위의장은 김 전대통령을 만나 박근혜 대표의 축하를 전하고 “호남을 향한 한나라당의 마음은 호남의 민주 열정을 이해하는 데서 시작한다”면서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강의를 해 주시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다. 이에 김 전 대통령은 “나는 정치에서 손을 뗐고, 이젠 여러분의 시대다”라고 완곡하게 거절했다.
광주=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