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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오일쇼크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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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오일쇼크 오나

입력
2005.09.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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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케인 카트리나가 가뜩이나 심각한 ‘석유 위기’ 불안감을 심화시키고 있다.

카트리나가 미국의 에너지 인프라 기지인 멕시코만 산유 시설에 끼친 직접 피해는 원유 생산에서만 지난달 26일 이래 지금까지 약 700만 배럴의 생산 차질이다.

이 지역 원유 생산의 95%, 미국 전체로 보면 약 30%의 손실이다. 그러나 유가 고공 행진이 계속되는 와중에 빚어진 미국의 휘발유 부족 사태는 전세계에 제3차 오일 쇼크 불안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26개 회원국이 2일 하루 200만 배럴 씩 한달간 총 6,000만 배럴의 비축유를 긴급 방출키로 한 것은 전세계가 에너지 위기를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는 신호이다.

IEA의 방출량은 쿠웨이트의 일일 생산량과 맞먹는 수치이다. 제1차 오일쇼크를 계기로 1974년 창설된 IEA가 비축유 방출을 결정하기는 91년 걸프전에 이어 두번째이다.

IEA의 결정 직후인 2일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중질유(WTI)는 전날보다 1.88달러 내린 배럴 당 67.57달러에 거래가 마감되는 등 유가 상승세는 일단 주춤했다.

하지만 주말의 유가 하락은 일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IEA의 비축유 방출 효과는 즉각적이지 않다. BBC 방송은 “IEA가 방출한 비축유가 유럽에서 미국까지 수송되려면 열흘 이상 걸린다”며 석유 수급 불균형 해소에는 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

국제 석유 시장이 긴장을 떨치지 못하는 이유는 수요는 줄지 않는 반면 공급은 한계에 도달, 수급 불안이 개선될 조짐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라크 이란으로부터 비보가 날아들었다. 3일 이라크 북부 키르쿠크 유전지대와 터키 지중해 연안 세이한을 연결한 송유관이 폭파되면서 키르쿠크 원유 수출이 전면 중단됐다. 하루 35만 배럴의 공급 손실이다.

이란도 남서부 이라크 접경 쿠제스탄 주도 아바즈의 유정이 테러 공격으로 파괴돼 수출에 차질을 빚고 있다. 쿠웨이트 베네수엘라 등 석유수출국기구(OPEC) 일부 회원국이 정유 설비 보수를 앞당기거나 비축유 방출을 통한 공급 확대를 검토하고 있지만, OPEC 회원국들도 산유 시설을 거의 풀가동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증산 여력은 얼마 되지 않는다.

중국은 자국 내 에너지난을 빌미로 가솔린 등 석유 가공제품 수출을 금지하는 등 에너지 확보전에 나섰다.

클로드 만딜 IEA 사무총장은 “미국은 정유 시설 피해로 유럽으로부터 휘발유 수입 물량을 늘릴 수밖에 없다”며 “이번 재해는 미국에만 국한되지 않고 전세계적 위기로 확산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제 유가가 100달러까지 치솟는, 극단적 상황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에서의 테러, 나이지리아등의 석유 노동자의 파업, 이라크 석유산업에 대한 공격 등 석유 공급 위험 요인은 세계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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