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적십자사가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에 감염된 혈액과 농축적혈구를 병원에 공급해 다른 환자에게 수혈된 사실이 밝혀졌다. 또 감염 혈액을 원료로 만들어진 알부민제제 등이 병원에 대량 유통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고경화 의원(한나라당)은 5일 “올 4월 20일 헌혈한 대학생 김모(23)씨의 혈액이 에이즈에 감염된 사실이 드러나 대한적십자사가 이를 폐기했으나, 5개월전인 지난해 12월1일 헌혈한 김씨 혈액을 추적 검사한 결과 농축적혈구 등으로 만들어져 12월15일 경기 부천의 병원에서 교통사고 입원 환자(26ㆍ여)에게 수혈됐다”고 밝혔다. 이 환자는 다음날 수혈과는 관계없이 과다출혈로 숨졌다.
고 의원은 또 지난해 12월17일 적십자사에서 에이즈에 감염된 이 혈액을 분획원심분리해 생산한 알부민제제를 N사에, 글로블린제제를 D사에 각각 공급, N사의 주사제 3,798병이 올 6월께부터 시중 병원 등에 유통됐다고 밝혔다.
고 의원은 “문제의 혈액이 에이즈에 감염된 사실을 지난 4월 적십자사가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보고했고, 식약청은 생산공정에 투입하지 않은 D사 원료는 폐기했지만 주사제로 만들어진 N사 제품에는 폐기지시를 내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식약청은 N사가 만든 알부민 주사제 3,798병이 병원에서 치료용으로 사용된 것은 사실이지만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식약청은 혈장분획제제의 경우 열처리와 화학처리를 하는 불활화공정을 거치기 때문에 바이러스가 완벽하게 사멸된다고 설명했다.
식약청 관계자는 또 “지난해 12월 재래식 효소면역검사로 김씨 혈액을 검사했을 때는 에이즈 음성 반응이 나왔다가 올부터 도입한 개선된 핵산증폭검사로 재검사한 결과 양성 반응임을 확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성욱 기자 feel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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