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계열사였던 고려산업개발이 1990년대 후반 2,400억원 대의 분식회계를 통해 금융업체에서 비슷한 금액의 사기대출을 받고, 회삿돈 250억원을 들여 조직적으로 주가조작을 했던 사실이 밝혀졌다.
고려산업개발은 2001년 부도를 낸 뒤 법정관리를 거쳐 지난해 두산그룹의 두산산업개발에 합병됐다.
대검 공적자금비리 합동단속반(이명재 반장)은 5일 분식회계와 대출사기, 주가조작 등 혐의로 고려산업개발 김주용 전 대표를 구속 기소하고 정모 부사장 등 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고려산업개발이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첫 해인 96년부터 98년까지 3년간 2,413억원(누적 합계)의 순이익을 부풀려 회계장부를 허위로 작성한 뒤 이를 근거로 대출을 받거나 회사채를 발행해 2,452억원의 자금을 조달한 혐의다. 김씨는 또 97년 12월 부실기업인 한라중공업의 기업어음(CP) 100억원 어치를 매입, 계열사를 부당지원하기도 했다.
김씨는 99년 5월 2,000억원의 유상증자를 앞두고 현대전자 주가조작 사건의 영향으로 성공 가능성이 불투명해지자 컨설팅 회사인 S사 도모씨 등과 짜고 회삿돈 250억원을 투입, 한 달 만에 주가를 5,100원에서 6,100원으로 끌어올린 혐의(증권거래법 위반)도 받고 있다.
고려산업개발은 유상증자 성공 후 주가가 급락하면서 약 243억원의 손실을 봤으며 같은 기간 일반 투자자들도 최소 23억원의 피해를 본 것으로 추계됐다.
검찰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아들 몽우(사망)씨의 처남인 이진호 전 고려산업개발 회장이 1998~2000년 회삿돈 34억원을 횡령한 혐의도 밝혀냈으나 이씨가 해외로 달아나 ‘내사중지’ 처리했다고 밝혔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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