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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재앙/ 시신의 도시로… "人肉먹었다" 소문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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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재앙/ 시신의 도시로… "人肉먹었다" 소문까지

입력
2005.09.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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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뉴올리언스는 침묵의 도시로 변했다. 아우성치던 이재민들은 대부분 떠났다. 이제 시신과 이를 수습하는 구호팀들만 눈에 띌 뿐이다.

카트리나가 상륙한지 일주일, 산 자들이 떠난 뉴올리언스는 죽은 자들의 거대한 공동묘지로 변한 듯했다. 뒤늦게 시작된 시신수습에 얼마나 많은 사망자가 나올지는 누구도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부서진 도로는 물론 지붕 밑과 부서진 의자 아래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한 시신안치소에만 1,000~2,000구가 누워 있다는 소식이다.

해가 완전히 진 뉴올리언스로 들어가는 밤길은 마치 깊은 수렁 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듯한 착각을 일으켰다. 침수 지역이 가까워지면서 그나마 위안을 주던 가로등 불빛도 자취를 감췄고 칠흑 같은 어둠이 모든 것을 집어 삼켰다.

즉흥 재즈 연주와 넘쳐 나는 관광객으로 불야성을 이뤘던 그 유명한 거리들은 더 이상 그곳에 없었다. 카트리나는 일주일전 지나갔지만 전기가 끊긴 도시의 어둠이 주는 공포감은 더욱 기승을 부리는 것 같았다.

밤의 공포

어둠이 깔리면서 뉴올리언스에 배치된 군인과 경찰은 도심 침수지역으로 통하는 주 도로인 10번 고속도로에 바리케이드를 쳤다. 낮에는 통행을 허용했지만 밤에는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뜻이다.

대피하지 못한 이재민 사이의 주먹다짐이 한밤중 살인으로 이어져 시체가 물에 던져졌다는 소문이 나돌아 밤의 분위기는 더욱 흉흉해졌다. 침수 지역 주변에서 휴대전화를 걸면 “허리케인 피해지역이어서 통화를 할 수 없다”는 안내 녹음이 나온다.

밤이 되면 도심으로부터 반경 80km내의 주유소 마다 M16 소총 등으로 중무장한 군경들이 4~5명씩 한조가 돼 배치된다. 야음을 틈타 발생할 수도 있는 약탈을 막기 위한 것이다.

낮의 참상

한때 폭도화한 이재민들과의 총격전으로 전쟁터를 방불케 했던 뉴올리언스에 주방위군 등 병력이 증강되면서 ‘타율적 안정’이 서서히 자리를 잡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약속대로 5만4,000명의 병력이 배치되면 이재민 보다 군인 수가 더 많아진다. 이들은 이미 약탈이 자행된 상가들을 속속 장악하고 있고 일손이 모자라 모른체 했던 물위에 떠다니는 시신들의 수습에도 나서기 시작했다.

4일 하루 동안에만 4만2,000여명의 이재민을 텍사스 휴스턴 등으로 이송하는 실적을 올리면서 슈퍼돔에 모여 있던 2만여명도 버스와 헬기 등을 이용, 모두 이송됐다. 하루종일 굉음을 울리며 내리고 뜨는 헬기는 구호작업의 상징이다.

그러나 컨벤션 센터에 남겨진 1,500여명은 배설물, 시신 등이 썩는 악취와 먹을 것이 없는 기아 속에서 마지막까지 고통스런 시간을 보내야 했다. 한 외신은 “음식을 못 구한 흑인들이 인육을 먹기 시작했다”는 소문을 전하기도 했다.

또 컨벤션 센터에 마련된 시신 안치소에 대해 당국이 취재를 막으면서 의혹을 사기도 했다. 당국의 초기 이송작업이 슈퍼돔 쪽에 몰리자 컨벤션 센터가 사각지대가 되면서 그 피해가 상상을 초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송 작업은 속도를 내지만 문제는 집안에, 아니면 지붕 위에, 아니면 임시 피난처에 남아 있는 이재민들의 구호 작업은 진척이 느리다는 것이다.

교민 상황

당초 피해가 심할 것으로 예상됐던 동포 밀집지역 매터리와 케너 등에서는 비교적 일찍 물이 빠져 그나마 피해가 최소화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미처 피하지 못한 뉴올리언스 다운타운과 동쪽 지역의 50~60 가구, 미시시피강 남쪽 웨스트 뱅크의 100여명 동포들의 안전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고 휴스턴 한국 총영사관측은 밝혔다.

뉴올리언스 외곽 매터리에서 주유소를 하는 동포는 “상가를 약탈에서 지키지 못했지만 일찍 돌아가고 싶지 않다”면서 “전기 복구가 예상되는 다음 주 중반에나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뉴올리언스=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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