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채용시장은 다소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삼성그룹은 최근 올 하반기 27개 계열사에서 사상 최대 규모인 5,000명의 신입사원을 채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채용포털 인크루트가 상장사 589개사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현대기아차(600~800명) 한국전력(150여명), SK텔레콤(140~150명), 포스코건설(100여명), 우리은행(100여명), 국민은행(120명), 롯데마트(100~200명) 등 총 362개사에서 2만 768명을 신규채용 할 것으로 나타났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패.’ 올 하반기 두드러진 채용시장의 특징을 알아본다.
●지원자 차별조항 없애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출신학교, 지역, 학점, 영어성적 등 장벽이 많이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따라서 지방대 졸업생, 여성, 장애인 등 그 동안 취업에서 소외된 사람들에게 더욱 많은 기회가 주어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올해부터 출신학교에 상관없이 외국어 등 일정한 자격요건을 갖추면 서류심사 없이 삼성직무적성검사(SSAT)에 응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올해 처음으로 장애인 지원자에게 직무적성검사와 면접에서 별도 가산점을 부여키로 했다.
또 전체 인원의 80%에 달하는 3,986명을 이공계 출신으로 뽑을 예정이며, 30% 이상을 여성으로 뽑아 우수 여성인재를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지원자격을 ‘올 8월 졸업예정자 및 내년 2월 졸업예정자’로 제한해 취업재수생 또는 이미 다른 기업에 다니고 있는 사람들은 배제하기로 했다.
SK그룹은 지방대학 출신자를 각 계열사별로 20% 이상 채용할 방침이다. SK관계자는 “SK텔레콤은 각 지역별로 마케팅 본부가 있어 이를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지역 인재를 적극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출신학교가 좋거나 전공ㆍ학점이 우수한 사람보다는 다양한 경험을 가진 사람을 우대 채용한다. 따라서 각종 공모전 수상자나 음악, 영화 등 전문분야에 역량을 갖춘 지원자에게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두산그룹은 입사지원서에 아예 학점란을 없앴고, 토익점수 자격요건도 700점 이상에서 500점 이상으로 크게 낮췄다. 대신 면접을 강화, 특정 상황을 주고 스터디와 토론을 거쳐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보는 ‘시뮬레이션 기법’을 도입했다.
SKC&C는 정보기술(IT) 분야에 관심과 소질이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응시할 수 있도록 아예 전공제한을 철폐했다. LG전자와 LG화학은 연구개발(R&D) 분야의 인재확보에 주력하기 위해 대졸 신규채용의 90%를 이공계로 선발할 방침이다.
●업종별 심한 편중
취업시장에 숨통이 다소 트였다고 해도, 기업의 매출액 규모와 업종에 따라 채용인원의 차이가 클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취업정보업체 잡코리아에 따르면 국내 매출액 순위 500대 기업 가운데 338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매출액 순위 1~100위 기업의 채용규모는 지난해보다 2.9% 늘어난 반면, 101~300위 기업의 채용규모는 전년도에 비해 21.5%나 줄어들었다.
특히 매출액 순위 상위 100대 기업에서 채용하는 인원이 1만1,936명에 달해, 하반기 전체 채용 예상인원(1만 5,543명)의 76.8%를 차지할 정도로 편중 현상이 두드러졌다.
업종별 차이도 두드러져, 전기전자(1.3%), 조선중공업(11.5%), 금융업(13.6%), ITㆍ통신(1.9%) 등은 지난해에 비해 채용규모가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 반면, 제조업(-31.4%), 제약업(-27.8%), 석유화학(-18.3%), 운송물류업(-65.1%) 등은 채용규모가 지난해에 비해 큰 폭으로 떨어질 것으로 조사됐다.
잡코리아 관계자는 “고유가와 내수침체 등의 직격탄을 맞은 업종들은 채용 인원이 감소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해보다 상황이 다소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결국 30대 그룹의 채용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9~10월 공개채용으로
주요 기업들의 채용은 본격적인 취업 시즌인 9~10월에, 공개채용으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반기 채용계획이 있는 기업 가운데 9월과 10월 채용을 진행하겠다는 기업은 각각 24.1%와 28.4%로 절반 이상(52.5%)를 차지했으며, 11월은 12.4%, 12월은 4.5% 순이었다. 채용방식은 공개채용으로 하기로 한 기업이 56.1%를 차지했고, 공개채용과 수시채용을 병행하겠다는 기업이 14.9%, 수시채용 방식으로만 뽑겠다는 기업은 29%에 그쳤다.
특히 삼성, SK, 포스코, 현대기아차 등 이른바 ‘대어’로 꼽히는 기업들은 대부분의 인원을 공개채용으로 모집할 계획이다. 인크루트 관계자는 “최근 기업들의 공개채용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며 “이는 소수의 인력을 채용하더라도 지원자간 경쟁을 통해 검증된 인력을 뽑으려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신재연기자 poet333@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