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 카트리나가 지나간 후 무법지대로 변한 뉴올리언스에서 구호활동을 펼치던 경찰들이 가중되는 심리적 압박에 무너지고 있다. 배지를 반납한 후 잠적하는 경찰들이 속출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레이 내긴 뉴올리언스 시장은 4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경찰과 소방관들의 일부가 상당한 트라우마(정신적 외상)를 입은 것 같다”며 “이미 두 명의 경찰이 자살했다”고 밝혔다.
W.J 릴리 뉴올리언스 경찰서장 대행은 자살한 경찰들이 경찰서 대변인이던 폴 아카르도와 순찰 요원인 로렌스 셀레스틴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자신의 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뉴욕타임스는 1,600여 명의 뉴올리언스 경찰 중 200여 명이 배지를 반납하고 떠났다고 보도했다. 현지 경찰은 100여 명 이상이 집에서 빠져 나오지 못했거나 본부와 연락이 되지 않고 있다고 해명했다.
현재 뉴올리언스 경찰들은 통신두절로 곳곳에 고립된 채 총기로 무장한 폭도들의 습격 위협에 노출되어 있다. 필요한 식량과 물도 제대로 보급되지 못하고 있다. 자신들의 집이 잠기고, 가족들의 생사도 모른 채 구조현장을 돌아다녀야 한다는 좌절감도 사기를 떨어뜨리고 있다.
에드윈 컴패스 경찰국장은 “일선 경찰들은 이런 상황에서 난민과 약탈자, 시신들 틈을 헤집고 다녀야 한다”며 “경찰차에도 기름이 떨어지기 시작한 지경”이라고 절박한 상황을 호소했다.
그러나 대다수의 경찰들은 치안유지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뉴올리언스 경찰관계자가 말했다. 임시 경찰본부 앞에서 근무하던 경찰은 “아직도 1,000명이 넘는 경찰관들이 시민들을 구하고 복구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경찰도 “여기는 우리의 구역”이라며 “경찰 중에 배지를 반납하고 도망간 사람도 있지만 나는 이 도시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결의를 다졌다.
홍석우기자 muse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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