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학을 연구하는 사람 치고 이곳을 동경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미국 하버드대 옌칭도서관의 한국관. 동아시아학 연구의 보고와 같은 곳이다.
1989년부터 16년간 한국관을 꾸려 온 윤충남(63) 제2대 한국관장이 8월 말로 퇴임하고 이번 학기부터 한성대 지식정보학부 초빙교수로 후학 양성에 나선다. 강의 첫날인 5일 서울 성북구 삼선동2가 연구실에서 만난 윤 교수는 의욕에 찬 모습이었다. ‘한국학 자료의 대부’라는 호칭에 손사래를 치면서도 “미국에서 한국학의 터전을 마련하는 데 헌신한 점”만은 인정했다.
그는 ‘하버드 한국관 자료연구’(2004년, 경인문화사)에 이어 최근 ‘하버드 연경도서관 한국 귀중본 해제’(전 5권, 경인문화사)를 출간했다. 5년간이나 매달린 끝에 얻어낸 성과로 4,000여 종이나 되는 한국관 소장 고서의 거의 대부분에 대해 자료명, 간행사항, 권수, 판본 등 서지 사항과 해제를 단 결정판이다.
그가 전하는 한국학의 위상은 이렇다. “사실 하버드대에서는 중국이나 일본 연구에 비해 규모가 경쟁이 안될 만큼 떨어지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동아시아학 프로젝트에서 한국학이 빠질 수는 없습니다. 그 정도 인식은 확고하지요. 저명한 중국 출신 동양학자 뚜웨이밍 옌칭연구소장은 강의 때마다 퇴계의 성리학을 빼놓고 유교를 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합니다. 에드윈 라이샤워 교수는 신라의 불교를 논하지 않고 어떻게 일본 불교를 연구하겠느냐고 하더군요.”
원래 그는 서울대 정치학과 60학번으로 같은 학교 영문과를 나온 동갑내기 아내(정향숙ㆍ현 보스턴칼리지 한국어과 교수)와 함께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미 텍사스주립대에서 정치학 석사과정을 밟던 그는 여름에도 시원하고 24시간 문이 열려 있다는 이유로 도서관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차츰 도서관의 매력에 빠지게 됐지요. 도서관은 살아 움직입니다. 거기서 일하는 자체가 굉장히 흥미롭고 할 수 있는 일이 무궁무진하게 많을 것 같았습니다. 만물박사가 되는 것은 기본이지요.”
이후 시카고대로 옮겨 도서관학을 전공하기 시작했고, 옌칭도서관 한국관으로 가기 전까지 노스웨스턴대에서 10년 넘게 사서로 근무했다.
옌칭도서관에서는 어처구니 없는 일도 많이 지켜봤다. “한국에서 온 학자들이 무슨 자료를 발굴했다고 신문과 TV에 대대적으로 보도되기도 했지요. 하지만 도서관에서 찾았는데 발굴이 어디 있습니까? 마이크로 필름으로 보는 게 원칙인데 고서를 복사하려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문화재나 다름 없는데 그러다 보면 자료가 파손되고 분실되기 일쑤입니다.” 하지만 한국학을 한 학자치고 그의 도움을 받지 않은 사람의 거의 없다.
“우리의 경우 정부 간행물도 비매품이란 이유로 외부에서 얻기 힘들고 국내 도서관들도 데이터 베이스화나 시설은 훌륭하지만 교류가 까다로워서 외국에서 자료를 찾기 쉽지 않습니다. 도서관 운영ㆍ관리에 폐쇄적인 면이 너무 많아요. 모든 자료를 국제적으로 표준화시키는 능력을 배양하고 전세계 사람들이 찾아볼 수 있게 해야 합니다.”
박석원 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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