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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고유가 시대, 정부가 해야 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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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고유가 시대, 정부가 해야 할 일

입력
2005.09.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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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남부를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위력은 1만 여 명의 인명 피해를 넘어 전 인류의 삶을 어렵게 하기에 충분하다. 계속 올라가는 국제 유가는 카트리나처럼 사람의 목숨을 당장 뺏어가지는 않지만 세계 경제의 침체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고통을 줄지도 모른다.

최근 원유가가 크게 올랐던 것은 물론 미국을 강타하고 있는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영향이 크다. 미국은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은 원유를 생산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30% 정도가 허리케인이 강타한 멕시코만 일대에서 생산되고 있다.

미국의 부서진 산유 시설을 복구하는데 시간이 걸릴 것이므로 특별한 조치가 없는 한 국제 유가가 70달러를 넘어 100달러 이상 올라가는 것은 시간 문제였다.

다행히 국제에너지기구(IEA)의 26개 회원국들이 하루 200만 배럴씩 30일간 전략비축 원유를 방출하기로 결정한 것은 비상사태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라고 판단된다.

●상당기간 수급 불균형 불가피

국제 유가가 높은 수준에서 등락을 거듭하는 요인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이 비슷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잉여 공급능력에 비해 소비 증가가 상대적으로 너무 빠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중국과 인도의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석유 소비와 수입을 크게 증가시키고 있는 것과 과거 20년 가까이 지속되었던 저유가로 인한 산유 시설에 대한 투자 부진으로 공급 능력 추가가 저조했다는 것이 주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그 동안에는 산유국들이 충분한 잉여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단기적 요인에 의해 일시적으로 공급에 애로가 발생해도 이를 완충하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그러나 아시아와 동유럽의 신흥 개발도상국들의 계속적인 석유소비 증가로 인해 잉여 공급능력이 한계에 도달함으로써 사소한 수급 변동 요인에도 국제 유가가 크게 변동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석유 가격은 수년간 계속 상승할 수밖에 없고, 고유가 상황을 벗어나려면 제2차 석유파동 때처럼 세계 경제의 침체로 인해 석유 소비가 감소하고, 석유 생산시설에 대한 투자가 촉진되는 기간 동안 기다리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1979년 말에 발생했던 2차 석유 위기가 1986년의 저유가로 반전되는데 6년 정도의 시간이 걸렸었다.

현재와 같은 고유가 수준이 지속될 경우, 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GDP)이 감소하고 무역수지가 악화되며 소비자 물가가 상승하는 등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고유가의 나쁜 영향을 최소화 시킬 대책은 무엇이 있을까? 석유 소비를 줄이고 석유 생산능력을 확충하는 일이다. 석유 소비를 줄이는 방법에는 석유 자체의 소비를 줄이는 방법과 석유를 다른 에너지로 바꾸는 방법이 있다. 석유를 석탄, 천연가스, 원자력, 수소에너지로 대체하는 정책은 이미 추진 중에 있기 때문에 새로운 대책을 만들 필요가 없다.

기존 정책을 착실히 추진하면 된다. 석유 자체의 소비를 줄이기 위해 지금까지 정부가 추진해온 대책은 차량 10부제나 에너지 다소비 서비스 업종의 영업시간 단축 등과 같은 강제적이고 전시적인 것이었으나, 이제는 정부의 불필요한 시장 개입을 자제하고, 비상상황으로 발전할 때만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석유 소비 억제 프로그램을 시행하겠다는 정책이 더 현명한 대책이 아닌가 싶다.

에너지 절약의 목적이 자원의 효율적 이용을 통한 경제발전에 있어야지 에너지 절약 자체가 되는 정책은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무조건 절약보다 효율 이용을

또한 장기적 관점에서 추진되고 있는 고유가 대책의 하나는 해외 석유자원 개발 확대이다. 이 방안은 석유자원의 안정성 확보와 세계 석유 생산능력 증강이라는 측면에서 그리고 국제유가를 안정시키는데 기여할 것이라는 점에서 유용한 정책이라고 판단된다. 앞으로도 비상상황이 아닌 이상 정부 개입을 지양토록 하는 것이 고유가를 이기는 좋은 대책이라 여겨진다.

이영구 에너지경제연구원 전략기획연구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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