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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재앙/ 흑인들 분노 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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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재앙/ 흑인들 분노 폭발

입력
2005.09.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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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주린 채 울부짖는 흑인들로 가득찬 고속도로는 꼭 노예 수송선 같다."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 흑인 사회를 폭발 시켰다. 생지옥으로 변한 뉴올리언스에 대해 연방 정부의 대처가 늦어진데다, 허리케인에 대비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사전 경고를 무시했다는 증언이 쏟아지면서 미 흑인 사회는 “가난한 흑인들에 대한 백인들의 무관심이 부른 인재”라며 반발하고 있다.

뉴올리언스는 전체 50만 시민 가운데 67%가 흑인인 대표적인 흑인다수지역이다. 또한 거주 흑인 중 절반 이상이 해수면 보다 낮은 저지대 빈민가에 살았다. 레이 나긴 시장은 카트리나가 온다며 시를 빠져나가라고 촉구했지만 이들은 빠져나갈 수 없었다.

영국 일간 가디언지 “다른 곳을 가봐야 먹고 살 길이 막막한 흑인들은 생활 터전을 버릴 수 없었다”며 “부유한 백인들이 자가용을 타고 빠져나갈 때 흑인들은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며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다”고 4일 보도했다.

카트리나가 휩쓸고 간 지 5일이 지나서야 연방 정부의 구호 물품이 도착했다는 사실도 흑인 사회의 분노를 고조시키고 있다. NBC가 전국에 생중계한 성금 모금 방송에 출연한 톱스타 케니웨스트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빈곤층, 흑인들을 가능한 한 천천히 돕는다”며 “우리를 도울 수 있는 수 많은 사람들은 지금 (이라크)전쟁터에 있다”고 비꼬았다.

리베렌드 칼빈 버트 목사는 옵서버지 기고문에서“허리케인이 만약 북동부 혹은 남서부의 백인 중산층 밀집 지역을 공격했더라면 정부는 더 빨리 강력하게 구호 작전을 펼쳤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뉴올리언스가 과거 수 십년 동안 흑인 노예를 실어 나르던 통로 역할을 했던 터라 흑인 사회의 분노는 더 커지고 있다. 미 흑인 인권운동가인 제시 잭슨 목사는 “흑인 노예의 아픈 역사를 안고 있는 뉴올리언스의 흑인들이 또 다시 고통 받는 것을 보자니 통렬한 슬픔을 느낀다”고 말했다.

존 루이스 미 하원의원(민주·조지아주)은 "이번 사태가 마무리된다 해도 지금처럼 형편없는 교육, 복지 시스템으로 과연 가난한 흑인들이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갈 수 있을 지 의문"이라며 "이제 흑백 사이의 불공정한 사회체계를 처음부터 다시 살펴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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