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 카트리나의 후폭풍이 에너지분야에까지 몰아쳤다. 허리케인 피해로 멕시코만 주변에 집중된 미국의 석유 생산 및 정제시설의 가동이 중단되면서 초래된 석유 수급불안이 세계적 에너지위기 공포를 낳고 있다.
급기야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일 카트리나로 촉발된 국제 석유수급난 해소를 위해 26개 회원국들이 하루 200만 배럴씩 앞으로 30일간 6,000만 배럴의 전략비축유를 방출키로 결정했다.
IEA의 이 같은 결정은 미국의 전략비축유 방출에도 불구하고 국제 유가의 수직상승세가 멈추지 않자 나온 것으로, 세계적 에너지 위기로 번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긴급조치인 셈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도 정제시설에 대한 보수작업을 앞당기거나 비축유 방출 등 증산을 적극 검토중이다. “이번 재해가 석유생산에 영향을 미친다면 그때는 전세계적 위기가 온다. 아무도 이 문제가 미국에 국한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는 클로드 만딜 IEA사무총장의 경고는 에너지 위기의 절박함을 예언한다.
세계가 이처럼 신속한 공조체제로 대응하는 것은 카트리나로 촉발된 석유 수급불안이 세계 에너지위기로 비화할 경우 석유시장은 물론 세계 경제가 쇼크에 빠질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범세계적 공조에도 불구하고 IEA회원국의 전략비축유 방출은 단기적 충격완화기능을 할 수는 있어도 초고유가 행진을 멈추게 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미국 석유제품 생산설비의 3분의1이 몰려있는 멕시코만 주변의 정확한 피해규모가 드러날 경우 국제 유가가 어떻게 요동칠 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은 석유소비국의 비축유 방출은 국내 수급 안정에 큰 짐이 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관망적인 대응자세에서 벗어나 에너지 위기에 적극 대비해야 한다. 세계 에너지위기는 이미 시작됐다고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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