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공부는 내가 한다’. 이른바 자기주도 학습이 뜨고 있다. 남에 의존하는 공부 방식으로는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사실이 각종 연구와 통계 자료에서 속속 밝혀지고, 수험생과 학부모의 인식도 급속히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기주도 학습이 왜 중요한지, 어떻게 자기주도적인 공부를 해 나가야 하는 지 전문가를 통해 들어본다. /편집자주
대학교 4학년때인가 ‘사마천’의 <사기> 를 읽는 일에 푹 빠졌던 적이 있었다. 그 책에는 사람을 몰입시키는 어떤 기운이 서려있었다. 인간의 역사를 냉엄하게 관통하는 사관(史官)의 통찰력은 물론이려니와 읽는 이의 호흡을 가쁘게 만들 만큼 생동감 넘치는 문장에서도 명작의 아우라를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나를 가장 매료시켰던 것은 따로 있었다. 사기>
그것은 죽음보다 더 큰 치욕이라는 궁형(宮刑)마저도 감내했던 그의 내면적 힘이었다. 그 힘은 도대체 어디에서 온 것일까. 고작해야 나는 그것을, 소임을 달성하고자 하는 사관의 소명의식 정도로 이해할 뿐이다. 분명한 것은 그에게 죽음을 유예시키면서까지 이루고자 했던 삶의 목표가 있었다는 점이다.
자기주도학습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생각할 때마다 가끔 사마천의 삶을 떠올리게 된다. 자기 주도 학습이란, 학생 스스로가 주체가 되어 자기 삶의 목표를 설정하고 그에 합당한 최적의 학습 전략을 스스로 기획하는 것을 말한다. 사람은 누구나 내 것이 아닌 것에 대해서는 정성을 보이지 않는다.
공부도 마찬가지다. 많은 학생들이 공부를 ‘부모님을 위해’ ‘해 주는 것’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목표를 정하는 것에서 계획을 세우고 학원을 선택하여 나날의 일정을 짜는 것에 이르기까지 부모님이 관여하지 않는 곳이 없는 현실을 생각해보면 학생들의 생각이 이해되지 않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그 상태가 지속적으로 유지될 경우 많은 학생들이 공부에 대하여 일종의 방관자적 마인드를 갖추게 되는 사례를 많이 보았다.
부모님의 강요에 못 이겨 흥미와 전혀 무관한 진로를 선택한 학생을 관리한 적이 있었다. 좋아하는 과목은 영어였고, 장래에 번역이나 통역의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그 일에 대한 학생의 열망은 강렬했지만, 부모님의 뜻에 따라 자연계열을 선택한 상태였다. 언제나 열심히 공부하고 있었으나 표정은 늘 시무룩했다. 결국 부모님과의 심층 상담을 통해 학생의 진로를 바꾸었고, 학생은 두 달만에 최상위권으로 진입했다.
인생에서 가장 감수성이 예민해지는 때가 청소년 시기다. 그 시기에 학생들의 정신적 에너지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향해 극대화된다. 경계해야 할 것은 그 발랄한 에너지가 학습적인 면에서는 완전히 고갈되어 버리는 지경에 이르는 것이다.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파는 법이다. 갈증의 강도만큼 우물을 파는 일의 효율성도 비례할 것이다.
그러나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파기도 전에, 아니 전혀 목이 마르기도 전에, 친절한 누군가가 목을 축이고 넘치도록, 더 나아가 익사하기 직전에 이를 만큼 물을 퍼다 나르고 있다고 비유한다면 지금 우리 학생들의 학습 현실에 대한 지나친 풍자일지 모르겠다.
누구나 천재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저 위대한 천재들이 보여주었던 무한한 정신적 에너지는 우리 학생들의 내면에도 잠재되어 있다고 확신한다. 그 역동적 힘을 길어 올리기 위한 첫 번째 전제가 바로 ‘자기가 주도하는 학습능력’인 것이다.
/김송은ㆍ‘공부 잘 하고 싶으면 혼자서 공부해라’저자ㆍ에듀플렉스 교육개발연구소 책임연구원ㆍ목동에듀플렉스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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