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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실에서] 나비효과, 중국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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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실에서] 나비효과, 중국효과

입력
2005.09.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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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값이 배럴당 70달러를 넘나들고 있다. 사는 집이 큰 것도 아니고 자동차를 많이 굴리는 것도 아닌데 가파른 유가 상승곡선을 보면 심한 스트레스를 느낀다. 우선 물가가 뛸 게 분명하니 생활이 빡빡해지겠다는 생각에서, 다음엔 석유자원 부족 때문에 전세계가 어떤 형태든 한바탕 대소동을 치를 것 같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석유값이 최근 70달러대로 치솟은 것은 재즈로 유명한 미국의 뉴올리언스를 폐허로 만든 허리케인 ‘카트리나’ 탓이다. ‘나비효과’라는 말이 있다. 미국의 기상연구가 로렌츠가 날씨현상의 불확실성을 설명하면서 “아마존에서 한 마리 나비의 날개짓이 며칠 후 미국 텍사스에서 폭풍으로 변할 수 있다”고 말한 데서 유래된 것이다.

허리케인 발생 자체도 그렇지만, 국지적인 자연재해나 정정불안에도 널뛰듯 요동치는 국제유가의 불확실성을 나비효과 만큼 잘 설명해주는 이론은 없다.

●美中, 사활건 에너지전쟁

엄청난 재해를 몰고온 카트리나의 나비효과가 석유값을 단기적으로 어디까지 끌어올릴지 예측할 수 없다. 미국이 이라크전쟁 때도 풀지 않았던 비축유를 공급하겠다는 것을 보면 멕시코만의 석유 및 정유시설을 포함한 피해규모가 미국 정부의 예상과 상상을 뛰어넘은 것으로 판단된다.

허리케인 같은 악재가 아니더라도, 국제유가는 숨이 막힐 정도의 급등세를 계속해왔다. 값이 오르면 수요가 줄고, 그래서 가격이 안정되는 과거의 유가변동 패턴은 요 몇 년 사이 자취를 감추었다. 이게 다 미국이 중국과의 에너지 쟁탈전에서 구사하는 고유가 책략 때문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그 같은 음모설보다는 역시 석유자원의 한계와 수요의 폭발적 증가로 초래된 결과가 지금의 고유가라는 설명이 더욱 더욱 설득력을 갖는다

오늘날 석유가 고갈되는 모습을 생생히 목격할 수 있는 곳은 중국의 대도시다. 지난 주 3년만에 상하이를 방문했다. 상하이는 갈 때마다 달라진다고 말하는데 그 말이 실감났다. 더욱이 여객선을 타고 황푸(黃浦)강을 한참 거슬러 올라가 푸동(浦東) 인근에 닻을 내려서인지, 비행기를 타고 가는 것과는 전혀 다른 도시의 맥박과 체취가 느껴졌다.

양쯔강을 중국의 대동맥으로, 그리고 그 하구에 위치한 상하이를 세계 비즈니스의 중심지로 만들려는 중국의 국가발전 전략은 잘 알려져 있다. 양쯔강 지류격인 황푸강이 온통 크고 작은 배로 덮여있는 것을 보고, 상하이가 세상의 물류를 다 빨아들이는 것 아닌가 하는 착각을 일으켰다.

푸동의 마천루는 빽빽해졌고, 와이탄(外灘)지역의 거리는 더욱 화려했다. 인구 1,700만명의 대도시는 외곽까지 현대식 아파트와 넓은 도로 및 공장으로 가득 찼다.

가장 눈에 띄게 달라진 것은 3년 전만 해도 출퇴근길에 거리를 꽉 메웠던 자전거의 물결이 크게 줄었다는 점이었다. 이것은 자동차 교통이 중국대도시를 얼마나 급속히 덮어가고 있는지를 웅변해주는 현상이다.

온통 차량 홍수로 오도가도 못하는 교통체증에 갇혔을 때 관광안내인은 상하이의 발전상을 자랑하듯 “이곳 사람은 아내 없이는 살아도 에어컨 없이는 못산다는 말이 있다”고 떠벌렸다.

중국의 발전상을 보는 게 반갑지만도 않은데, 중국이 소비하는 에너지를 어찌 충당할 것인지 생각하면 겁이 덜컥 난다. 석유자원 확보에 혈안이 되어 미국과 사사건건 갈등을 빚는 요즘 중국의 에너지 집착은 상하이에 가면 확연히 느낄 수 있다.

요즘 미국신문은 중국의 에너지 확보전략에 관한 기사로 넘쳐난다. 과거 미ㆍ소 냉전시대 대결의 수단은 피차 쓸 수 없는 핵무기였으나, 경제가 화두인 오늘날 미ㆍ중의 경쟁무기는 에너지 자원이다.

●뒷짐진 高油價대책과 대조

석유값에 개의치 않고 돈을 쓰는 사람과 유가 인상에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부류의 사람이 있다. 그래도 이쯤 되면 온 나라가 고유가를 걱정하고 그 극복방법을 고안하느라 떠들썩할 텐데 에너지 문제는 긴급 이슈의 순번에서 한참 뒤로 밀려나 있다.

우리 경제가 유가충격을 흡수할 만큼 건강해서 그런지, 아니면 경제정책을 입안하거나 영향을 주는 사람들이 석유값에 개의치 않을 만큼 재력이 든든하기 때문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김수종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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