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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 민본사상 바탕 둔 정치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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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 민본사상 바탕 둔 정치가 아쉽다

입력
2005.09.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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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을 통째로 내놓겠다”는 지난달 25일 TV 토론회 발언에 이어 30일 열린우리당 워크숍에서 “임기 단축”을 언급한 노무현 대통령의 모습에서 전형적인 패도(覇道)정치의 인상을 접하면서 또 한번 이러한 지도자를 뽑아준 우리 국민들에게 무한한 연민의 정을 느끼게 되었다.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동아시아 국가들은 수 천 년 이상을 유교의 민본사상(民本思想)에 근거한 왕도정치를 민(民)을 위한 이상적인 통치형태로 꿈꾸어왔다.

이러한 왕도정치를 이념으로 한 민본사상은 현실의 정치가 선악을 겸비한 인간이 행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이기적인 권력욕에 사로잡혀 패도정치로 흐를 수밖에 없다고 본다. 그리고 군주도 역시 도덕적으로 평균적인 인간으로 가상해 군주의 이기적인 권력행사로부터 민을 보호하기 위해 각종 제약을 가한다.

이런 관점에서 이제 대통령의 정치철학을 살펴보자. 먼저 대통령은 민심이 몇 백년 지나서 결과적으로는 올바른 쪽으로 가지만 때때로 올바르지 않을 수도 있다고 보았다.

그리고 지금의 민심이 올바르지 않기 때문에 자신이 거역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말이 일시적 여론인 포퓰리즘과 진정한 민심인 여론의 차이를 말하는 것이라면 일리도 있는 말이다. 그러나 자신에게 표를 던진 대선 때의 민심은 올바른 것이며 몇 년도 지나지 않은 지금의 행정도시 이전 및 연정 추진 등에 대한 반대 민심은 올바르지 않은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발상은 민심을 자신에게 유리한 대로 임의로 해석하는 이기심에 기인한 전형적인 패도정치적 발상이라 하겠다. 내가 연민을 느끼는 것은 노무현 대통령이 패도지향적이어서가 아니다. 그 분도 평균적인 인간이기 때문에 이기적인 권력욕을 갖는 데 대해 추호도 탓할 생각은 없고, 그 자신의 표현대로 원하던 대통령까지 되었으니 개인적으로는 성공했다고 본다.

그러나 온 국민의 지도자인 대통령이라면 적어도 공식 석상에서는 빈말이라도 국민의 뜻을 겸허히 따르겠다고 말했어야 한다. 그리고 지금 국민이 불안해 하는 경제문제에 대해서 임기 중 그것만큼은 꼭 해결하겠다고 강력한 의지를 보였어야 했다.

지도자가 민심에 귀를 기울이고 마음을 열다 보면 현실 속의 패도정치인도 어느덧 왕도정치 지향형으로 변모될 수 있다. 이것이 수 천 년 동안 동아시아 여러 나라와 우리 민족을 현실의 패도정치 틈바구니 속에서도 국가와 민족을 지탱해온 왕도정치 이념이며, 국민을 편안하게 하는 정치 기술인 것이다.

조광권 서울시교통연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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