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께로 예상되는 노무현 대통령과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단독 회담은 만남 그 자체에 남다른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2003년 10월 노 대통령이 4당대표 연쇄회동 차원에서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를 만난 이후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는 것은 처음이다. 기득권 체제의 개혁을 내건 노 대통령과 전직 대통령의 딸로서 야당 대표까지 오른 박 대표의 첫 만남이 어떤 모양새로 진행될지도 관심사다.
무엇보다 시선을 끄는 대목은 이번 회담이 온 나라를 뒤흔들고 있는 연정(聯政) 문제 논의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노 대통령은 연정론의 진정성과 당위성을 역설할 것이다. 노 대통령의 현란한 논리에 대해 박 대표가 어떻게 대응하고 방어할지도 관전 포인트다. 치열한 논리 싸움과 기세 다툼을 벌일 것이다.
접점을 찾기 어려운 회담인데도 두 사람이 만나는 데는 복선과 계산이 깔려 있다. 노 대통령은 제1야당 대표와 연정 문제를 논의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공론화의 과실을 취했다고 볼 수 있다.
비록 박 대표가 면전에서 연정 제의를 일축하더라도 연정론은 정치권의 의제로 자리잡게 될 여지가 생겼다. 처음 연정론이 제기했을 때 야당과 언론 심지어 여당 내부에서도 냉소적 반응이 대세였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진전이라는 게 청와대의 평가다.
박 대표에게도 이번 회담은 기회이자 시험대이다. 박 대표는 연정론의 부당성을 조목조목 비판하는 기회로 삼을 것이다. 노 대통령이 연일 연정론 제기 등으로 이슈를 선점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직접 만나 제동을 거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
박 대표는 또 국정 전반을 논의하자는 청와대 제의를 무작정 거절하는 것은 명분이 약하다고 보고 회담에 응한 측면도 있다. 박 대표는 특히 이번에 탁월한 논리를 국민에 보여줄 수도 있고, 반대로 ‘역시 총론만 있고 각론은 없다’는 그 동안의 지적을 다시 받을 수도 있다.
회담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노 대통령과 박 대표의 인식 차이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지역구도 극복의 역사적 당위성을 설명하면서 연정을 그 해법으로 제시할 것이다.
권력을 내놓겠다는 제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박 대표는 극단적인 발언이나 구상으로 국민을 걱정스럽게 하지 말고 민생경제 회복에 전력을 다하라고 거부 겸 충고를 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이번 회담은 각자의 논리를 국민에 알리는 홍보전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노 대통령과 박 대표가 연정 문제에서 팽팽한 대립을 보이더라도 선거구제 개편논의 등 다른 현안에 합의할 수도 있다.
“수비만 하는 팀에게 관중은 절대 표를 주지 않는다”는 노 대통령의 말을 받아 박 대표가 과감한 선택을 하게 된다면, 향후 한국정치의 지형은 ‘노_박’의 손에 의해 새롭게 그려질 수도 있다. 물론 현재로서는 그 가능성은 적다.
김광덕 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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