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석 중인 주한 미국 대사에 알렉산더 버슈보(53) 전 주러 대사가 사실상 지명됐다. 백악관은 내주 미 의회가 개회하면 그를 공식 지명, 상원에 인준을 요청할 예정이다. 주한 미 대사는 크리스토퍼 힐 전 대사가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로 승진 전보하면서 공석 상태였다.
보스턴 출신으로 예일대와 컬럼비아대를 나온 러시아ㆍ동유럽 전문가인 그는 국무부 소련과장,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유럽담당 선임국장 겸 대통령 특별보좌관, 나토대사, 러시아 대사 등을 지냈다. 외교관 밴드에서 활약한 드러머로도 유명하다. 이 같은 경력상 그는 유럽, 특히 러시아통에 군축 전문가로 분류된다. 상대적으로 동북아 역사와 사회에 대한 경험과 지식은 적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소련과 동구의 붕괴를 직접 보고 관리한 경험은 북핵 문제는 물론 그 이후 한반도 문제해결에 큰 자산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는 주러 대사 재직시 북핵 문제에 큰 관심을 보여, 한반도 정세의 핵심사안에는 정통하다는 평가도 없지 않다.
전례가 없지는 않지만, 경력으로 볼 때 그는 주한대사로선 중량급 인사로 평가된다. 이는 미국의 대외정책에서 높아진 한국의 위상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지명 배경에 콘돌리사 라이스 국무장관, 힐 동아태 차관보 등과의 팀웍이 고려된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러시아통인 그는 역시 러시아를 전공한 라이스 장관과도 과거부터 잘 아는 사이다. 또 힐 차관보와도 보스니아 분쟁협상 등 유럽 전문 외교관으로 경력을 쌓는 과정에서 친밀한 관계를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친분관계가 앞으로 양국관계에서 한국측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기대가 한국 정부 내에 있다.
다만, 버슈보 지명 예정자는 한국정부가 기피하는 북한 인권 문제를 적극 제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러 대사로 있을 때 그는 러시아 정부에 인권과 민주주의 문제를 적극 제기, 마찰을 빚기도 했다. 이는 부시 행정부의 대외 정책 원칙에 따른 것이긴 하지만 그가 인권문제에 예민한 측면도 작용했다. 그는 1990년 소련의 유대인 이주를 도운 공로로 소련 유대인 단체로부터 아나톨리 샤란스키 자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워싱턴=김승일 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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