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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노무현 이해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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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노무현 이해하기

입력
2005.09.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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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난해하다.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한 두 번도 아니고 입만 열면 권력을 내놓겠다고 하니 그 깊은 속을 헤아릴 길이 없다. 지역구도 극복을 위해 임기까지 단축할 수도 있다고 하니 새로운 세상을 열겠다는 선지자처럼 보이기도 하고 풍차를 향해 돌진하는 돈키호테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그 어떤 경우도 현실 정치인처럼 보이지 않는다. 선지자나 돈키호테는 현실에 모순을 느끼지만 이를 개조할 힘을 갖지 못해 광야를 떠돌며 진리를 구하고 풍차를 향해 온 몸을 던지는 것이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현재 이 나라에서 가장 큰 권력을 쥐고 있다. 그런 노 대통령이 국민과 상식적 대화를 하지 않고 역사와 대화를 하는 선지자처럼 행동하니 우리가 이해하기 힘든 것이다.

그래서 노 대통령을 이해할만한 사람들을 찾아 물어보았다. 그들도 정확히는 몰랐다. 다만 두 가지로 가닥을 추릴 수는 있었다. 하나는 판을 뒤흔들겠다는 전략적 노림수가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인간 노무현의 고독과 소외가 대통령직까지 걸면서 지역구도 극복에 나서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노 대통령의 진정성을 믿는 사람들은 후자의 해석을 내놓았다. 그들은 노 대통령의 정서를 조금 확대하면 영남 민주화세력의 소외라고 규정했다.

골자는 이랬다. 노 대통령은 어린 시절에도, 젊은 시절에도 고향에서는 소외된 그룹에 속해 있었다. YS를 통해 정치에 입문했을 때도 상도동의 변방 인물이었을 뿐이었다. 1990년 3당 합당을 거부하면서 고단한 야당의 길을 걸었지만 고향은 그를 ‘호남(DJ)에 붙은 배신자’로 손가락질 했다.

몇 번이고 출마했지만 정치적 고향인 부산은 그를 외면했다. 대통령이 돼 금의환향했지만 그래도 부산은 지난해 총선에서, 금년 재선거에서 노무현의 사람들을 우수수 떨어뜨렸다.

형편이 어렵지만 의지가 강한 사람들은 언젠가 고향에 돌아가 친구들로부터, 친척들로부터, 짝사랑했던 여인으로부터 존경과 사랑을 받겠다는 꿈을 갖는다. 노 대통령도 그랬을 법 한데 고향은 대통령으로 돌아온 그를 여전히 냉대한 것이다.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을 뽑아주면서 자신의 동지들은 떨어뜨리는 부산을 보면서 그는 모순과 분노를 느꼈을 것이다.

따라서 그가 외치는 지역구도 극복은 호남의 한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노 대통령과 그 주변의 영남 측근들에게는 영남 민주화세력의 소외와 한이 골수에 사무쳐 있다고 한다. 영남에서, 아니면 부산에서라도 노무현의 사람들이 국회의원으로, 시장으로, 구청장으로 당선되는 변화가 생긴다면 대통령직도 내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게 전부는 아닐 것이다. 노 대통령은 대선과 총선을 기적적으로 두 번이나 이긴 대단한 전략가이자 승부사이기 때문에 소외와 한만으로 대통령직을 걸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분명 내년 지방선거와 개헌 정국을 염두에 둔 전략적 구상이 있을 것이다. 지금은 국민 다수가 고개를 갸웃거리지만 지역구도 극복을 위해 모든 것을 던지겠다는 말을 6개월쯤 듣고 난 내년 초에는 민심이 “한나라당은 반대만 하지말고 지역구도 극복의 대안을 내놓아라”고 할 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그런 전략이 있다 해도 그 저변에 고향에서 박대받는 영남 민주화세력의 한이 깔려있음을 생각하면, 이해할 수 없는 노 대통령의 언행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도 있을 법하다.

이영성 정치부장 leey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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