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산의 호랑이를 한꺼번에 손 하나 까딱 않고 잡는 법. 기름 강아지에 긴 끈을 매어 묶어 놓았더니 고소한 냄새에 끌린 호랑이가 와서 꿀꺽, 하도 미끄러워서 호랑이 똥구멍으로 쏘옥 빠져 나온 녀석을 다른 호랑이가 꿀꺽, 또 다른 호랑이가 꿀꺽, 꿀꺽, 꿀꺽. 천하의 게으름뱅이가 그렇게 잡은 호랑이 가죽을 팔아 벼락부자가 되었단다.
허풍도 이런 허풍이 없다. 이 재미있는 우리 나라 옛날 이야기를 줄거리만큼이나 익살맞은 그림으로 그려낸 그림책이다. “옛날에 게으른 아이가 살았어.” 하고 처음부터 입말로 이야기하고 있어 솔솔 잘 읽힌다.
어찌나 게으른지 ‘아랫목에서 밥 먹고 윗목에서 똥 쌀 만큼’ 꼼짝 않던 아이가 엄마한테 크게 야단을 맞고는 드디어 움직인다.
땅을 깊게 파서 온 동네 똥을 묻고 그 구덩이에 참깨 씨를 심었더니 정자나무 만큼 크게 자라 참깨가 잔뜩, 그걸로 기름을 짜서 그 기름으로 강아지를 길러서는…. 우하하 웃다가 배꼽 빠질 이야기. 게으름뱅이가 알고보니 꾀돌이였구나. 뒹굴뎅굴 하면서 놀기만 한 게 아니었나 보다.
오미환기자 @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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