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트리나가 남긴 재앙 앞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지도력이 도전 받고 있다. 이라크 전쟁 등 대외 관계에 쏠렸던 국정 운영의 중심을 국내 의제로 돌려 사회보장제도와 세제개혁의 성공을 이끌어내는 것이야말로 부시 대통령이 집권 2기를 출범하면서 세운 야심찬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라크의 전후 혼란은 국정 운영 방향의 근간을 흔들어 놓았다. 또 부시의 국내 정책 개혁 방향에 대해 국민적 합의는 고사하고 공화당 내부에서도 부정적 의견이 새 나오고 있다. 이 와중에 터진 카트리나 재앙은 4년 전 ‘9ㆍ11 테러’ 이후 최대의 시련을 부시 대통령에게 안겨주고 있다.
‘9ㆍ11 테러’위기 때 보여준 부시의 지도력은 ‘법전 대통령’의 오명을 날려버렸다. 이제 직무수행 지지도가 30%대까지 떨어진 부시에게 카트리나 참사는 지도력 회복의 기회가 될 것인가. 상황은 호락호락해보이지 않는다.
‘9ㆍ11 테러’ 당시 외부 적의 공격을 받은 미국인들은 성조기 아래 하나로 뭉쳤다. 그러나 멕시코만 연안 저지대에 닥친 자연의 공격은 인재(人災) 논란을 부채질하면서 지방 정부와 연방정부, 빈자와 부자의 갈등을 노출시키고 있다.
뉴올리언스 침수 피해의 최대 원인은 3급 허리케인을 감당하는 것이 고작일 만큼 허약하게 설계된 제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2001~2005년 미 육군 공병단이 이번에 붕괴된 폰차트레인 호수쪽 제방을 보강하기 위해 9,900만 달러의 예산을 요청했지만 연방정부는 25% 정도에 불과한 2,200만 달러만 승인해줬다. 이에 따라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 전비에 쓰느라 방제 예산을 깎았다’는 원죄론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허리케인 강타 3일이 지나도록 구조와 구호 활동을 제대로 펴지 못하고 있는 연방정부의 무능력에 대한 성토도 터져 나왔다. 주방위군과 해군 전함까지 투입하는 요란한 대책이 발표됐지만 정작 이재민 상당수가 물도 식량도 받지 못한 채 ‘절망의 SOS’를 치고 있다.
흑인이 인구의 다수인 뉴올리언스에서 벌어지고 있는 약탈과 무질서는 소외된 사람들의 정부에 대한 분노의 표시라는 분석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주방위군의 이라크 전선 투입으로 재해 대처가 늦었을 수 밖에 없었다는 지적도 제기돼 부시 정부를 더욱 곤경에 몰아넣고 있다.
여기에 고유가 행진이 계속될 경우 산업계는 물론 일반 국민의 인내심도 바닥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부시 대통령이 “미국 역사의 최대 재앙 중 하나” 로 꼽은 카트리나 수재가 부시 자신에게 최악의 재앙이 될 여지는 많다
워싱턴=김승일 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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