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과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회담을 앞둔 열린우리당의 기류가 다소 복잡다단하게 흐르고 있다. 일단 “만남 자체가 큰 의미가 있다”는 평가는 일치한다. 기왕이면 연정정국을 한단계 정리할 수 있는 낮은 수준의 합의라도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 담겨있다.
그러나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냉소적 반응도 엄존한다. 청와대 역시 연정반대로 단단히 무장하고 올 박 대표를 어떤 논리로 설득할까 장고에 들어갔다.
우리당 문희상 의장은 2일 “연정을 합의하는 단계까지 갈 것으로는 보지않는다”면서도 “그러나 지역주의 극복이라든지 정치개혁 같은 큰 틀의 합의에 접근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겠느냐”며 기대감을 비쳤다. “한국정치에 새 이정표가 생기는 쾌거가 되길 바란다”고도 했다. 그는 박 대표를 ‘온화하고 합리적인 성격의 소유자’라고 전에 없이 추켜세우기까지 했다.
좀 더 나가 구체적 합의가 나올 것을 점치는 이도 있다. 민병두 의원은 “박 대표가 경제 문제에 대해 대통령에게 일정한 요구를 하고, 대통령은 지역구도 극복을 위한 정치개혁 일정에 대해 합의를 끌어내는 경우를 상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치개혁을 놓고 내용까지는 아니더라도 일정에 대한 합의만 나와도 큰 성과라는 바람이다.
반면 결과에 회의적인 기류도 만만치 않다. 연정론에 부정적인 의원들만 본다면 차제에 연정론이 잦아들었으면 하는 분위기마저 감지된다. 재야파 한 의원은 “노 대통령과 박 대표 모두 동상이몽인데 어떤 성과를 기대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의원은 “대연정 문제를 두 사람이 만나 매듭짓겠다는 식의 접근 자체가 올바른 방식이 아니다”고 꼬집었다. 특히 호남 출신 386인 강기정 의원은 “회담에서 박 대표가 연정에 대해 명확한 거부의사를 밝히면 노 대통령도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 이상 연정론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허심탄회하게 대화한다는 자체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첫 술에 배부를 수야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청와대는 박 대표가 선뜻 회담을 수용함으로써 이미 소기의 성과를 달성한 만큼 설사 합의를 끌어내지 못해도 손해 볼 게 없다고 보는 듯하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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