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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 위의 이야기] 내 영혼의 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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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 위의 이야기] 내 영혼의 뼈

입력
2005.09.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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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과 로댕에게 늘 새로운 예술적 영감을 주며 작업을 도와주던 카미유 클로델이라는 몸집이 작은 여인이 있었다. 내가 본 영화 속의 그녀는 로댕의 제자이자 조수이며, 또 작품 모델이며 그의 연인이기도 했다.

나는 로댕이 카미유 클로델을 모델로 제작했다는, 머리를 위쪽으로 풀어 늘어뜨리고 조금은 자극적인 자세로 엉덩이를 치켜든 채 무릎을 구부리고 엎드린 여자의 흰 대리석 나신상을 프랑스 파리 로댕 미술관이 아니라 우리나라 로댕미술관이 처음 개관될 때, 임시 대여돼 온 그의 다른 조각품들과 함께 보았다.

먼저 본 영화에 대한 영향 때문인지 나는 그 대리석 여인의 잘록한 허리와, 강렬한 조명 아래 희고 반짝여서 더욱 도드라져 보이는 허리 아래 양쪽의 장골을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저 클로델의 허리뼈 속에는 로댕의 영혼이 들어 있겠지, 하는 생각을 했다.

그 조각을 보고 온 다음엔 비약을 거듭하여 ‘아담의 갈비뼈’와는 또 다르게 이 세상 모든 여자들의 허리뼈 속엔 그 여자가 사랑하는 남자의 영혼이 들어가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뼈의 이름도 장골이나 허리뼈라고 부르지 않고 지금도 내 마음대로 ‘영혼의 뼈’라고 이름지어 부르고 있다.

소설가 이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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