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규모 500억 달러, 하반기 경제성장률 3%포인트 하락, 금리인상 잠정중단, 미국발 에너지 파동, 국제유가 100달러…’ 카트리나가 지나간지 3일이 지난 2일 카트리나가 ‘경제 허리케인’으로 돌변하고 있다. 그 충격은 예상외로 크고, 파장은 장기화가 불가피해지고 있다.
이번 피해지역이 미 경제활동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곳 멕시코만 일대에는 미 석유생산의 30%, 천연가스 생산의 20%, 정유시설의 10%가 몰려 있다. 이 가운데 정유공장(14개) 9개가 가동 중단됐고, 해안을 따라 연결된 송유관도 크게 파손됐다. 카트리나는 미국 경제의 인프라를 파괴한 셈이다.
피해액은 시간이 갈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나, 국제 신용평가기관 S&P은 ‘9ㆍ11 테러’ 당시 320억 달러보다 많은 500억 달러로 추산했다. 그 파장 역시 확대되면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악의 경우 ‘국제유가 100달러, 하반기 미 경제성장률 3%포인트 추락’을 경고했다.
세계 경제의 성장세와 미국 경제의 체력을 감안한 낙관론도 없지 않지만, 상황은 호락호락하지 않은 양상이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카트리나 악재가 아주 나쁜 시점에 등장했다”며 원유ㆍ휘발유 가격급등에 따른 경제침체 등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했다.
우려가 확산되자 1일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과 만나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에서 FRB가 카트리나 쇼크로 1년 넘게 유지해온 금리인상 행진을 멈출 것이란 특단의 조치를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당장 급한 불은 휘발유의 수급문제다. 정유시설 피해로 인한 휘발유 부족사태는 원유공급의 증가로 쉽게 해결되기 힘든 측면이 있다. PIRA에너지그룹 존 리치블로 회장은 “지금의 에너지 위기가 3개월 안에 해결되길 기대한다”고 말해 사태의 장기화를 인정했다. 이런 관측은 휘발유 가격의 폭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 대부분 지역에서 경제파장의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던 갤런(3.785리터)당 3달러를 넘어선 가운데 보스턴에선 3.59달러, 뉴욕에서도 3달러 이상에 팔리고 있고, 수급난이 심한 조지아주의 한 주유소에선 5.87달러에 판매되고 있다. 이는 리터당 1,607원으로 한국내 소비자가격과 비슷한 수준이다.
현재 국제유가는 미 정부의 전략 비축유 방출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증산에 힘입어 폭등세가 진정된 모습이다. 그러나 클로드 망딜 국제에너지기구(IEA) 대표는 “휘발유 파동이 미국만이 아니라 전세계 에너지 위기로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악의 경우 국제유가는 100달러 선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이태규 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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