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 카트리나 강타 4일째를 맞은 루이지애나 주 뉴올리언스는 총격과 약탈이 난무하는 무법천지의 상황에 빠져들었다. 미국 정부는 1일 장갑차를 앞세운 주방위군을 투입, 치안 확보에 나서고 있으나 연방정부의 늑장 지원에 대한 이재민들의 분노가 겹치면서 사실상의 무정부 상황은 쉽게 진정되지 않고 있다. 미군 당국은 현지 투입 주방위군에 난동자 사살권을 부여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병원과 구호 요원들에게까지 총격이 가해져 활동이 중단되는 상황이 벌어졌으며 권총 등으로 무장한 일부 주민들은 상가와 일반 주택 등을 침입, 닥치는 대로 물건을 약탈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캐슬린 블랑코 루이지애나 주지사는 이날 이라크에 파병됐다가 급거 복귀한 주방위군 300명이 완전 무장 상태로 수해 지역에 투입된 직후, “이것은 전쟁”이라며 폭도들에 대한 전쟁을 선포했다. 2일 새벽에는 시내 프렌치쿼터 동쪽 미시시피강 연안의 한 화학공장에서 미명을 붉게 물들일 정도의 거대한 폭발과 화염이 일어나 방위군을 긴장시키기도 했다.
시내 컨벤션센터에 대피 중인 2만여명 내외의 주민들은 식량과 물 등 생필품 부족을 호소하고 있으나 구호의 손길이 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시내 슈퍼돔에 머물렀던 주민 5만여명이 텍사스주 휴스턴행 버스를 타기 위해 몰려있으나 대피처인 휴스턴 에스트로돔의 수용인원 초과로 대피가 중단되자 우왕좌왕하고 있다. 레이 내긴 뉴올리언스 시장은 CNN과의 회견에서 “이것은 필사적 구조요청”이라며 긴급구호를 애타게 호소했다.
미 상원은 이날 밤 부시 대통령이 카트리나 재앙으로 고통받고 있는 이재민 지원을 위해 요청한 105억 달러 규모의 긴급구호자금을 승인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아버지 부시와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등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모금을 부탁했으며 2일에는 루이지애나 미시시피 앨라배마주를 직접 순시키로 했다.
이날까지 공식 집계된 사망자수는 126명이지만 뉴올리언스 시내 곳곳에 미처 수습하지 못한 시신들이 널려있어 사망자수는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재산피해는 약 500억달러 선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재앙이 걷잡을 수 없을 만큼 확대되면서 전세계로부터 지원이 쇄도하고 있다. 얀 에겔란트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 긴급지원조정관은 가능한 모든 지원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유럽에서도 유럽연합(EU) 차원 외에 각국 정부가 지원 의사를 밝히고 있다.
미 국무부는 “어떤 국가의 지원도 거절하지 않겠다”며 “러시아, 일본, 호주, 영국, 네덜란드, 스위스, 그리스, 헝가리, 콜롬비아 등이 이미 지원의사를 타진해왔다”고 밝혔다.
민간차원에서는 이날 9,000만 달러 이상을 모금했다. ‘아메리카 세컨드 하비스트’라는 단체의 대변인 필 제페다는 “기부금이 계속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구세군이 모은 기부금은 31일 400만 달러에서 1,550만 달러로 크게 늘었다. 라디오 및 텔레비전 방송도 이재민을 돕기 위해 최소한 1억 달러를 모금할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김승일 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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