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중앙수사부(박영수 부장)는 2일 김우중(69) 전 대우그룹 회장을 회사돈 1,141억원(1억 1,554만 달러)을 빼돌려 재미사업가 조풍언(65)씨에게 송금하고 부인 정희자씨가 소유한 ㈜필코리아 등을 지원하는데 사용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으로 추가 기소했다.
검찰은 이날 수사결과 발표에서 김씨가 퍼시픽 인터내셔널이라는 페이퍼컴퍼니(서류상 회사)를 설립, 1983년부터 97년까지 대우그룹의 해외금융조직 BFC(British Finance Center) 자금 383억원을 빼내 필코리아 지분매입 및 관리비로 사용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또 99년 BFC 자금 526억원을 조풍언씨 소유 회사 KMC에 송금했으며, 회사 자금으로 구입한 전용비행기를 팔아 163억원을 빼돌렸다.
전시용 그림과 조각품 등을 사들이는데 46억원, 해외 주택 구입 및 체류비로 20억여원, 프랑스 포도농장 59만 5,922평을 사들이는데 290만 달러를 쓰는 등 회사돈으로 조성한 국내외 은닉 자산도 상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김씨의 범죄사실은 연속성이 있는 하나의 죄(포괄일죄)로 보아 83년 혐의까지 모두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그러나 김대중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조풍언씨가 김씨에게서 받은 돈을 어디에 사용했는지 밝히지 못해 ‘내사 중지’하고, 대우그룹 퇴출 과정에서의 정ㆍ관계 로비 의혹도 해소하지 못했다. 김씨의 출국 배경에 대해서도 이기호 전 청와대 경제수석 등 출국 권유자로 알려진 인물들과 대우 사장단이 ‘출국 권유설’의 실체를 부인해 기소하지 않았다.
검찰은 김씨가 96∼98년 대우자동차를 통해 협력업체와 위장계열사 등에 251억원의 자금을 부당 지원한 혐의(특경가법상 배임)와 16개의 위장계열사를 당국에 제대로 신고하지 않은 혐의(공정거래법 위반)도 확인했다.
또 대우자동차판매㈜를 통해 송영길 열린우리당 의원, 이재명 전 민주당 의원, 최기선 전 인천시장에게 모두 7억원을 제공한 혐의(뇌물공여)도 기소 대상에 포함됐다.
한편 예금보험공사는 김씨가 은닉한 자산에 대해 처분금지 가처분 신청 등을 내는 등 회수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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