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는 김씨의 횡령 혐의 등을 밝혀낸 성과에도 불구하고 후한 점수를 받기는 어려울 것 같다.
핵심 의혹인 대우그룹 해체 과정에서의 정관계 로비 여부와 김씨의 출국 배경에 대해 이렇다 할 결과를 내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씨의 건강악화로 충분하고 철저한 조사가 어려웠던 데다, 김씨 진술 외에 다른 증언이나 증거를 확보하기 어려웠다는 것이 검찰의 해명이다.
검찰은 김씨가 재미 사업가 조풍언(65)씨에게 4,430만 달러(당시 환율 526억원)를 송금한 사실은 확인했으나 이 돈의 성격과 종착점에 대해서는 밝히지 못했다.
김씨와 조씨는 고교 2년 선후배 사이로, 두 사람 사이의 자금 거래를 두고 김씨가 조씨를 재산 관리인으로 이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왔다. 조씨가 ‘김대중 정권의 숨은 실세’로 알려져 있는 사실을 근거로 이 돈이 대우그룹 구명 로비 목적으로 건네진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다.
김씨는 그러나 검찰에서 “대우그룹의 해외 비밀금융조직인 BFC를 통해 외국인의 돈을 관리하다 조씨를 통해 돌려준 돈”이라고 진술했다. 검찰은 김씨의 진술이 신빙성이 낮다고 보고 있으나 조씨가 해외에 있어 일단 ‘내사 중지’상태로 수사를 유보했다. 또 미국과 형사사법 공조를 통해 조씨의 신병을 확보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1999년 10월 김씨의 출국 배경에 대한 수사결과에도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김씨는 당초 이근영(당시 산업은행 총재)씨와 이기호(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씨로부터 출국 권유를 받았다고 주장했지만, 검찰은 오히려 대우그룹 계열사 사장들의 건의로 출국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근영씨와 이기호씨가 출국을 권유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는 반면, 계열사 사장들은 “채권단으로부터 ‘김우중 때문에 워크아웃 진행이 어렵다’는 말을 듣고 자진해서 출국을 건의했다”고 진술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김씨가 출국하면서 계열사 경영권 등 반대급부를 보장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실체가 없는 것으로 보고 이근영씨 등에게 형사책임을 묻긴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98년 옥포 땅 매각자금 중 49억6,300만원과 89~99년 6개 위장계열사 주식처분 대금 중 7억원의 사용처도 규명되지 않았다. 이 역시 자금을 관리한 전 대우자동차판매㈜ 대표 전모, 전 대우건설㈜ 대표 장모씨가 외국에 나가 있어 조사할 수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장씨는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이후 돌연 출국한 것으로 밝혀져 검찰의 사전 단속이 허술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지성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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