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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권 교수의 가정주치의] (7) 가족력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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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권 교수의 가정주치의] (7) 가족력을 아시나요

입력
2005.09.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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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외할아버지나 고모가 어떤 병을 앓고 계셨는지 알고 계십니까? 형제, 자매 혹은 부모님의 질병력은 당연히 알고 계신가요? 과거 의료 서비스가 좋지 않았던 시기에 사셨던 분이 아직 많아서인지 ‘노환’, ‘급사’, ‘속병’ 등으로 알고 계신 분이 있습니다.

또 우리 사회는 아직도 질병을 정확히 밝히는 것을 꺼립니다. 유명 인사의 부고도 ‘숙환’으로 돌아가셨다라고 알리니까요. 그러나 병은 알릴수록 좋다는 옛말처럼 가족과 혈족의 질병력도 알 수 있을 만큼은 정확히 알아 놓을 필요가 생겼습니다.

가족과 혈족의 병력은 유전자와 환경, 행동의 복합된 결과를 뜻합니다. 체질을 물려받았다고 꼭 그 병에 걸리는 것은 아니지만 질병 위험을 알려주는 중요한 정보입니다.

부모 세대에 혈압 높은 분이 있었으면 우리 세대에도 그런 사람이 있습니다. 혈우병과 같이 유전병이 아니더라도 당뇨병, 심장병, 일부 암과 같이 집안에 내려오는 병이 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었습니다.

DNA 구조와 기능이 밝혀지고 유전체 의학이 발달하면서 앞으로는 질병에 걸릴 위험을 더 정확히 예측할 수 있고 조절도 가능한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유전자는 거의 모든 질병의 원인, 자연사, 치료 효과를 결정합니다. 유전병 뿐 아니라 유방암, 대장암, 심장병, 뇌졸중, 당뇨병, 우울증 같은 정신질환 등에 유전자가 간여합니다.

또 어떤 경우에는 치료약을 쓸 때 효과가 있을지 없을지를 미리 알려 줄 수 있습니다. 약물의 부작용 정도도 유전자 분석으로 알 수 있으므로 개인의 특성에 맞는 맞춤 치료가 가능해지는 것입니다.

특히 혈족의 병력을 알아 볼 때 보통 사람보다 10~20년 젊은 나이에 걸린 병, 여러 명이 같은 병에 걸린 경우, 한 사람에게 여러 병이 같이 생긴 경우(유방암과 난소암, 심장병과 당뇨병)에는 특히 자신의 위험을 높일 수 있으므로 상세하게 알고 있어야 합니다.

한편 가족 병력이 없다 하더라도 질병 위험이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자신의 나쁜 행동 습관도 문제가 되기 때문이고 또 모르는 가족 병력을 놓칠 수도 있고 어떤 혈족은 암이나 만성병에 걸리기 전에 일찍 사망한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가족 병력은 자기가 미래에 어떤 질병에 걸릴 위험을 알려주는 강력한 안내자입니다. 여기서 가족 병력이라 함은 핵가족만 뜻하는 것이 아니고 친가와 외가의 할아버지, 할머니, 부모님과 그 형제들, 그리고 자녀의 병력을 포함합니다. 영향이 커지는 않아도 사촌의 병력도 알면 좋겠습니다. 자기를 중심으로 혈족의 이름을 쓰고 몇 살에 어떤 병에 걸렸는지 혹은 사망했다면 무슨 병으로 진단 받았는지 알아봅시다.

가능하면 정확한 의학 진단 병명으로 적고 잘 몰라도 최대한 명료하게 알아봅시다. 일일이 친척에게 직접 물어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물어볼 때는 병력이 왜 중요한지 말하고 또 밝힌 정보는 서로 공유해서 건강관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잘 설명해서 협조를 구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대개 의사 앞이 아니라면 자세히 병력을 밝히는 것을 거리니까요. 이렇게 해서 밝힌 혈족의 질병력을 모든 친척이 공유하고 자녀 세대에게 넘겨주어서 전승된다면 미래의 유전체의학 시대에서 개인의 건강관리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의사는 이런 정보와 개인 고유의 위험요인을 파악해서 필요한 예방 조치와 조기검진을 안내할 것입니다. 이런 정보를 안다고 하더라도 우리의 유전자를 바꿀 수는 없습니다만,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행동을 바꿀 수 있습니다.

가족의 병력에 따라 어떤 병에 대한 감수성이 커다는 것을 인식하고 예방에 더 신경 쓸 기회로 삼아야 하겠습니다. 흡연습관, 잘 못된 식습관, 운동하기 싫어하는 습관 등을 바꾸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다가오는 추석 때 고향을 방문하거나 친척을 만날 때 혈족들의 병력을 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 어떨까요? 다 같이 모였을 때 친척의 병력을 자세히 알고 공유하는 것을 권합니다.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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