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8ㆍ31 부동산 대책으로 당분간 부동산 시장은 안정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닭 잡는데 소 잡는 칼을 쓴 격’이라며 부동산 가격을 잡는 데만 급급한 이번 대책의 실현 가능성과 후유증을 우려하고 있다.
■ 기존 정책과 상충
8ㆍ31 대책은 ‘역(逆) 모기지론’으로 불리는 주택담보연금에 대한 세제지원과 농촌개발 지원 등 기존 정부 정책을 무력화했다. 재경부는 2월 소득세법 시행령을 개정, 퇴직연금으로만 생활하는 고령자 가구가 보유한 집을 담보로 생계비를 대출 받을 경우 세제혜택을 부여키로 했다. 그러나 8ㆍ31 대책에는 고령자 가구 주택에 대한 예외를 인정하지 않아, 고령 가구주의 부담이 그만큼 늘어나게 됐다.
농림부의 농촌개발 정책도 타격을 입게 됐다. 농촌 인구 감소로 일부 지역의 농지 값이 폭락하자 농림부는 농지법을 개정, 10월부터 도시민이라도 전업농에게 5년 이상 임대할 경우 농지를 구입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8ㆍ31 대책에는 현지에 거주하지 않는 사람이 소유한 농지를 팔 때 양도 차익의 60%를 세금으로 내도록 돼 있다. 임야나 농지의 보유에 따른 실효세율도 현재 0.13%에서 2009년에는 0.23%로 올라간다. 농림부 관계자는 “이런 상황이라면 농촌에 땅 살 생각을 할 도시민은 아무도 없다”고 아쉬워 했다.
■ 무주택자 지원대책
전세 대출 자금을 0.5%포인트 인하하는 것으로는 무주택자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금리가 낮은 상황에서 보유세가 올라가면 주택 소유자들이 전세를 대거 월세로 돌려, 전세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텐데 0.5%포인트 정도의 금리 인하로는 전세 값 상승을 따라 잡을 수 없다는 얘기다. 정부가 ‘투기는 막고, 무주택자의 집 살 기회를 확대한다’고 하면서도 주택 마련 자금보다는 전세자금 대출금리 인하에 초점을 맞춘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모기지 보험’도 비 투기지역의 25.7평형 이하 구입에만 적용되는데, 이는 서울과 수도권 일대 대부분이 투기지역으로 지정된 상황임을 감안하면 서울ㆍ수도권에 집 사려는 사람에게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 대책의 지속 가능성
8ㆍ31 발표된 대책이 얼마나 갈수 있느냐는 물음도 나온다. ‘헌법보다 고치기 어려울 것’이라는 당초 주장과 달리 정권 교체는 물론, 여론의 향배만 바뀌어도 쉽게 고칠 수 있는 수준의 대책이라는 인식이다. 실제로 한나라당이 정부가 발표한 8ㆍ31 대책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어, 입법 과정에서 8ㆍ31 대책이 골간이 유지될 가능성도 불투명한 현실이다.
■ 모호한 세법규정
종합부동산세를 세대별 합산 과세한 것에 대해서도 문제가 제기된다. 위헌시비는 별도로 하고, 소득세법 시행령에 명의가 달라도 부동산을 공동으로 소유한 범위에 대한 규정이 상충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관련 시행령의 ‘비과세 주택임대소득’에 적용되는 1가구에는 부부(본인과 배우자)만 포함되는데, 양도소득세와 종부세는 부부와 그 직계존비속, 형제자매까지 포함된다.
8ㆍ31 대책이 효과를 발휘해 부동산에서 투자자금이 빠져나가더라도, 적립식 펀드에 대한 세제혜택이 전혀 없는 등 대체투자 수단에 대한 정책적 배려가 보이지 않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조철환 기자 chcho@hk.co.kr
김신영기자 ddalg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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