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으로 글을 쓸 때도 가끔 잘못 쓴 글자가 나온다. 맞춤법을 몰라 그럴 때도 있고, 글자를 잘못 알거나 잠시 착각을 일으켜 그럴 때도 있다. 지금도 나는 ‘숨바꼭질’인지 ‘숨박꼭질’ 인지 쓸 때마다 헷갈린다. 특히 한자는 옥편을 펼쳐놓고 써도 획이 틀리거나 변이 틀리거나 아예 글자 자체를 틀리게 쓸 때도 있다.
글을 쓰는 도구가 펜에서 타자기를 거쳐 컴퓨터로 바뀐 다음엔 착각보다는 손가락이 자판을 잘못 눌러 생기는 오타가 더 무섭다. 어느 회사 총무부에 근무하는 사람에게 들은 얘기다.
거래처 사장의 둘째 딸이 결혼을 하는데 물론 회사 차원에서 얼마큼의 부조금도 냈다. 그런데 그 경조금을 처리하면서 전표에 ‘OO회사 OOO사장 차녀 결혼 부조금’을 치는 중에 ‘차녀’가 ‘창녀’로 바뀌어졌다는 것이다.
오타라는 것은, 특히 나중에 결정적으로 낭패감을 맛보게 하는 것일수록 그 즉시 눈에 띄는 법이 없다. ‘어머니’가 ‘어머나’로 바뀌어 있는 것 정도야 그냥 어머나, 하고 말면 되지만 이제 막 결혼하는 남의 귀한 딸의 신분을 저렇게 바꾸어 놓고도 컴퓨터는 늘 사람에게 말한다.
우리는 정확하다. 사람들아, 우리 핑계 대지 마라.
/소설가 이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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