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1부동산대책의 단기 효과가 강남과 분당 등 인기 주거 지역의 전세값 급등이라는 부작용으로 표출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강남의 주택 보유자들이 향후 세부담 증가 분을 세입자에게 전가 시킬 가능성이 높아 전세대란의 우려 마저 낳고 있다.
또 이번 정부 대책의 주 타깃인 강남 집값은 아직 급매물이 없이 ‘버티기’ 상태에 있는 반면, 강북 일부지역의 소형 평형과 용인은 매물이 속출하는 등 가격 하락이 가시화하고 있다.
■ 강남 전셋값 급등
강남권의 집값 하락을 겨냥해 정부가 내놓은 대책의 약효가 전셋값 상승으로 먼저 나타나고 있다. 정부 대책으로 내년부터 세부담이 크게 늘어나는 강남권 아파트의 가격 하락이 예상되자 집을 사려던 사람들이 전세로 방향을 선회하면서 이 같은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대치동 선경2차 45평형은 이 달 초만해도 5억원 선이던 전셋값이 2~3주 사이에 무려 5,000만원이 뛴 5억5,000만원으로 급등했다. 하지만 전세 수요자들이 몰려 이 가격에도 매물을 구할 수 없어 추가 상승 가능성이 높다.
대치동 개포우성 2차의 경우 1,200여 가구에 달하는 단지 전체에서 전세 매물이 단 한 건도 없을 정도로 전세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인근의 선우부동산 관계자는 “대책이 예고된 지난달부터 5,000만원이나 오른 가격에도 전세를 내놓겠다는 사람이 없고, 들어오겠다는 대기자만 쌓여 있어 현재는 부르는 게 값”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강남과 분당 일부 지역에서 나타나는 전셋값 급등 현상은 앞으로 더욱 심각해 질 것이라고 지적한다. 지금은 전세 수요 증가로 인한 가격 상승만 일어나고 있지만, 향후 보유세 부담이 현실화할 경우 집주인까지 세부담을 전셋값에 전가하면 폭등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LG경제연구원의 송태정 연구위원은 “강남 거주자의 상당수가 주택 보유쪽을 선택할 경우 세부담 증가를 세입자들에게 전가할 가능성이 높다”며 “여기에 전세 수요까지 늘고 있어 전셋값이 폭등할 소지가 크다”고 말했다.
■ 용인·강북 집값은 하락
다주택 보유자들이 세부담을 줄이기 위해 여분의 주택 처분에 나서면서 개발 호재가 없는 강북과 용인 지역에서 매물이 늘고,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하지만 뉴타운 등 광역개발 계획이 있는 강북지역에서는 개발에 대한 기대감으로 매물이 사라지고 강보합세를 유지하는 등 강북 내에서도 가격 차별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강북구 삼양공인 관계자는 “올해 들어 소형 평형의 매물이 쌓여 있는 상황인데 대책 발표 후 한 채를 처분하려는 2주택자들의 시세 타진 문의가 늘고 있다”며 “소형 평형의 매물은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올해 초 집값이 급등한 용인의 경우 하락 폭이 더욱 큰 상태다. 용인 죽전동 벽산 4단지 32평의 경우 5월 최고 3억5,000만원까지 호가가 급등했으나 지난 달부터 가격이 빠지기 시작해 현재는 6,000만원이 내린 2억9,000만원의 급매물도 나와 있다.
고종완 RE멤버스 대표는 “강북의 경우 광역개발 등의 호재가 있는 곳과 아닌 곳의 가격 차별화가 뚜렷이 날 것”이라며 “하지만 용인은 올해 초 판교 후광 효과 때문에 과도하게 오른 상태라 하락 폭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송영웅 기자 hero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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