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화 한다면 세계 반도체 산업을 뒤흔들 대발견입니다.”
세계 최초로 ‘금속-절연체 전이(MIT) 현상’을 이용해 차세대 트랜지스터 기술을 개발한 한국전자통신연구소(ETRI) 김현탁 박사팀의 연구 성과에 대해 국내 업계 관계자는 이 같이 평가했다. 기존 실리콘 반도체 기술의 한계를 타개하기 위해 나노 튜브반도체, 양자컴퓨터 등이 모색되고 있으나, 현재의 산업 기술 수준으로는 먼 미래의 대안 기술로 연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60나노미터(㎚), 8기가비트(Gb)급의 메모리 반도체가 상용화 단계에 이른 상황”이라며 “1년마다 반도체의 집적도가 2배로 높아진다는 황창규 법칙에 따르면 2010년 전에 실리콘은 물리적 한계에 달하게 된다”고 말했다.
실리콘의 물리적 한계란 반도체의 집적도가 높아져 내부 회로의 선 폭이 5~16㎚에 달하게 되면 낮은 전압으로 인해 전기 신호를 실어 나르는 전자의 흐름이 통제되지 않는 현상을 뜻한다. 이 경우 반도체의 기본 소자인 트랜지스터가 제대로 동작하지 않아 회로 자체의 설계가 불가능해 진다.
김 박사 팀은 “실리콘 대신 MIT 현상을 일으키는 ‘모트 금속(절연체)’을 트랜지스터의 재료로 사용하면 이러한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모트 절연체는 특성상 실리콘에 비해 전류를 많이 흘려 보내 전자의 흐름을 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트 절연체 기술로 만든 차세대 반도체는 크기도 대폭 줄일 수 있어 휴대폰과 PC, 디지털TV 등 첨단 정보기술(IT) 제품을 더 작고 얇게 만들 수 있다.
MIT 기술과 응용분야는 물리학 선진국에서도 완전히 파악하지 못한 미개척 분야로 알려졌다. 일본이나 스웨덴 등에서도 우리보다 7~10개월 뒤 처진 연구를 하고 있다. 그나마 실험 중 모트 절연체가 녹아 내리는 문제가 발생해 트랜지스터 기술 개발에 실패한 상태다.
김현탁 박사는 “MIT 응용 기술은 사실상 우리나라의 원천기술”이라며 “세계 시장 선점을 위해 기술 표준화를 선도해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MIT 현상 규명과 모트 트랜지스터 개발 발표로 전 세계가 이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될 것”이라며 “앞으로 국제 경쟁에서 낙오되지 않도록 응용 연구에 몰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철환기자 plomat@hk.co.kr
■ 모트(Mott)의 금속-절연체 전이현상(Metal-insulator transition)이란
보통의 금속 원소는 원자간의 단단한 구조적 결합으로 전기를 나르는 ‘자유 전자’가 생겨 전류가 쉽게 통한다. 그러나 금속 내에서도 전자간의 반발 에너지가 매우 커질 경우 돌이나 고무처럼 갑자기 전기가 통하지 않는 ‘부도체(不導體)’가 되는데, 이를 MIT 현상이라고 한다.
‘바나듐옥사이드’(VO2) 등이 MIT 현상을 일으키는 대표적 물질로 이를 이론화한 모트박사의 이름을 따 ‘모트 금속(절연체)’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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