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데도 국내 소비자물가는 최근 보기 드문 안정세를 이어가고 있다. ‘뜻 밖’의 일이다.
통계청이 1일 발표한 ‘소비자 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 물가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2.0% 상승, 5년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금년도 정부의 물가억제 목표치인 3% 초반을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식료품 등 일상생활에서 자주 구입하는 품목으로 구성된 생활물가 지수도 지난해 8월에 비해 2.8% 오르는데 그쳐 2002년10월(2.2%) 이후 최저 수준을 유지했다.
국제유가가 사상 유례없는 배럴당 60~70달러의 고공행진을 거듭하는데도, ‘거꾸로’ 국내물가가 이처럼 안정되는 이유는 뭘까.
일차적으로는 환율하락이 유가상승을 어느 정도 흡수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지난달 석유류 공업제품이 8.1% 오르고 경유 등유 휘발유도 각각 20.0% 13.7% 5.7%씩 뛰었지만 국제유가 폭등세를 감안하면 이 같은 상승 폭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아무래도 환율이 유가상승을 흡수해준 것으로 보인다”면서 “아울러 석유가격 중 70%가 세금으로 구성돼있기 때문에 유가가 오른 만큼 석유관련 제품가격이 똑같이 오르지 않는 것도 물가안정의 주요 이유”라고 덧붙였다.
농ㆍ축산물의 가격하락도 물가를 붙잡아둔 요인으로 작용했다. 생선ㆍ채소ㆍ과실류 등 신선식품 물가는 작년 동월보다 6.1% 하락했고 축산물과 수산물 물가도 각각 2.2%, 1.7%씩 떨어졌다.
김신영 기자 ddalg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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