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홍보처가 최근 악의적 왜곡보도를 일삼는 언론매체와는 특별회견, 기고, 협찬 등을 하지 말라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정책홍보에 관한 업무처리기준’을 각 부처에 보냈다고 한다. 정부가 정책홍보와 관련된 구두지침을 일선 부처에 보낸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공식문서로 전달한 것은 처음이다.
국정홍보처가 이렇게까지 나온 데는 정부 정책의 기본취지나 사실관계를 살피지 않고 편견과 의도를 앞세워 무책임한 보도를 해온 일부 언론에도 책임이 있다. 하지만 국정홍보처가 포괄적으로 언론자유를 제약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고 나선 것은 매우 잘못된 대응이다. 국정홍보처의 업무처리기준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독소적 요소들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도 ‘악의적 왜곡보도’에 대한 기준과 판단이 자의적일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정부정책과 시각이 다르다고 해서 악의적 왜곡보도 딱지를 붙이는 경우도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정부 부처가 모든 사안에 대해 옳고 그름을 판단할 객관적 권위를 가진 것도 아니다.
쟁점 사항에 대해 사견이나 확정된 정부입장과 다른 개별부처의 입장을 개진하지 말라고 한 부분도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는 언론의 역할을 위축시킬 소지가 다분하다. 업무담당자가 특정 사안에 대한 사실확인이나 의견 개진, 인터뷰, 기고 등 개별적 취재요청을 받을 경우 원칙적으로 정책홍보관리관실과 사전협의 후 응하도록 한 것도 지나친 통제다.
권위주의 정권 시절처럼 물리적 제재 혹은 회유 등의 수단을 통하지 않고 원칙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자세는 나무랄 일이 아니다. 그러나 언론 보도를 선(善)과 악(惡), 내편과 네편으로 쉽게 갈라서 대처하겠다는 발상은 옳지 않다.
언론과의 관계를 개선하겠다는 공식적인 입장과는 달리 참여정부 후반 들어 ‘생각이 다른 보도’를 견디지 못하는 증상이 심해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국정홍보처는 언론을 편협한 틀에 가두려는 홍보업무 처리기준을 마땅히 재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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