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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日 양심의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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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日 양심의 승리

입력
2005.08.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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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략의 역사를 왜곡ㆍ미화한 일본 후소샤판 2006년도 중학교 역사교과서의 채택율이 0.39%로 잠정 집계됐다. 최종 집계에서 다소 증가할 수는 있겠지만 대체적으로 0.5%를 밑돌 것으로 보면 무리가 없을 것같다.

그런데 이 수치는 4년 전 채택률 0.039%보다 10배 이상 증가한 것이어서 자칫하면 혼란을 일으킬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히 말하건데 ‘채택률 0.5% 이하’라는 결과는 “4년 후 복수하겠다”며 울분을 토했던 ‘새로운 역사를 만드는 모임’(새역모)과 후소샤의 코를 납작하게 만든 일본 양식의 쾌거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애당초부터 수치 자체는 큰 의미가 없었다. 후소샤 역사교과서를 둘러싼 올해 ‘채택 전쟁’의 본질은 과거 회귀적인 극우 보수세력과 양식을 가진 일반 시민과의 ‘진검승부’에서 ‘누가 승리하느냐’, 바로 그것이었기 때문이다. 승패의 결과에 따라 한일 간에 ‘역사전쟁’이 벌어질 수도 있었던 심각한 상황에서 양식을 가진 일본 시민들이 멋지게 승리한 것이다.

차제에 후소샤 교과서 문제의 본질을 다시 한번 짚어보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

문부성 장관을 2번이나 지낸 마치무라 노부다카(町村信孝) 외무성 장관이 그토록 좋은 교과서라고 주장한 후소샤 역사 교과서는 부활을 꿈꾸는 일본 극우세력들의 ‘신무기’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끊임없이, 그러나 주도면밀하게 망언을 일삼았던 극우 세력들이 이 교과서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이들은 망언보다 위험부담이 적으면서도 합법적인 역사 교과서를 통한 우익 활동을 꿈꿔온 것이다. 군국주의를 미화하고, 침략전쟁을 부인하는 야스쿠니(靖國) 신사의 역사관을 계승한 새역모의 후소샤 교과서를 단순하게 ‘잘못된 교과서’라고 말해서만은 안되는 중요한 이유이다.

도쿄 김철훈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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