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들었던 친정을 떠나는 기분입니다”
20여 년간 재직했던 한림대에서 31일 퇴임한 현승종(玄勝鍾ㆍ86) 석좌교수는 담담하게 소감을 밝혔다.
1980년대 초 중학교 동기동창이던 윤덕선 박사가 한림대를 설립할 당시부터 관여했던 그는 84년 3월 한림대에 정식으로 부임한 뒤 교수와 학장, 초대 총장, 한림과학원장 등을 역임한 한림대 역사의 산 증인. 현재 유니세프 한국위원회장과 인촌기념회 이사장 등을 맡고 있으며 1일자로 학교법인 고려중앙학원 이사장으로 선임돼 고려대, 고려대 병설보건대학, 중앙중ㆍ고교, 고려대 사대 부속 중ㆍ고교의 법인 이사장을 맡게 됐다.
노태우 정부 말 국무총리를 지낸 것 외에는 생애 대부분을 대학에서 보낸 그는 사제관계의 변화를 가장 큰 변화로 꼽았다. 현 교수는 “고려대 법대 전임강사로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래 수십 년을 대학에서 보냈다”며 “학생들도 순진했고 사제관계도 돈독했던 옛날과 달리 지금은 그런 것들이 모두 무너진 것 같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대학의 자율성 확보와 관련, 현 교수는 “교육부가 대학에 너무 시시콜콜히 관여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대학의 자율을 살려주는 게 대학 발전을 위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황우석 교수 등 우수한 학자를 갖추었음에도 사회 여러 분야 가운데 대학이 가장 침체돼 있다고 본다”며 “고려중앙학원 이사장을 하면서 대학 경쟁력 강화에도 힘쓸 작정”이라고 말했다.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활동에도 의욕을 보였다. “우리나라가 어려웠던 시절 유니세프의 원조를 많이 받다가 93년에야 비로소 피원조국에서 원조국으로 진입한 만큼 과거에 진 신세를 갚는다는 생각으로 주변에 굶주리는 어린이를 돕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그는 “설립 초기부터 정열을 많이 쏟은 한림대를 다시 찾아 특강을 하거나 하는 식으로 한림대와의 관계를 계속 이어나갈 것”이라며 “학생들은 국제사회와 경쟁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갖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을 맺었다.
춘천=곽영승 기자 yskwa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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