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30일 열린우리당 의원들과의 만찬에서 언급한 임기 단축이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새로운 정치 문화를 열어갈 수 있다면’이라는 전제가 있기는 하지만, 노 대통령 발언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어 “정말 임기 단축을 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조차 나오고 있다.
헌법학자들에 따르면 대통령의 임기 단축은 하야(下野)와 개헌을 통한 권력구조 개편 등 두 경우에 이뤄질 수 있다. 노 대통령은 31일 ‘중간 평가’ 방안도 언급했으나 청와대측은 “제도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한 발언”이라고 말했다.
임기 단축을 위한 가장 명쾌한 선택은 하야다. 노 대통령은 “우리 헌법에 사임을 전제로 한 규정이 있다”고 언급하기는 했지만 사임은 대통령의 궐위 상태를 초래, 자칫 헌정 질서를 훼손할 수도 있다. 특히 노 대통령 스스로 ‘헌법 존중’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어 하야를 결행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따라서 임기 단축 언급이 개헌을 고려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많다. 고려대 장영수(헌법학) 교수는 “개헌을 통해 현 대통령 임기를 연장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임기를 단축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현행 헌법은 ‘대통령의 임기 연장 또는 중임 변경을 위한 헌법 개정은 그 헌법 개정 당시의 대통령에 대하여는 효력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대통령의 임기 단축을 금하지는 않고 있다. 예를 들어 분권형 대통령제나 내각제 도입을 위한 개헌을 통해 2007년 초에 대통령이나 내각제 총리를 새로 선출한다면, 현 대통령의 임기 종료 시점을 2008년 2월보다 1년 앞당기는 부칙 조항을 헌법에 둘 수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선거일을 일치시키는 개헌을 추진할 경우에는 현 대통령과 17대 국회의원의 임기가 동시에 단축될 수도 있다.
그러나 개헌을 통한 임기 축소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도 많다. 경희대 윤명선(헌법학) 교수는 “개헌 방식으로 현직 대통령의 임기를 줄이는 것은 위헌은 아니지만, 비정상적 방법”이라며 “현직 대통령의 임기를 줄이는 개헌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 가능한 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노 대통령이 새로운 정치문화를 위해 임기 단축까지 할 각오가 돼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지 실제 중도 하차하겠다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올인 정치’를 구사해온 노 대통령의 스타일을 고려할 때 실제 임기 단축을 행동으로 옮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한나라당이 연말까지 연정 제안에 반응을 보이지 않을 경우 노 대통령이 내년 초쯤 임기 단축을 공식 표명하면서 정치개혁을 촉구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김광덕 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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