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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 복원 D-30/ 도심에 '자연'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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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 복원 D-30/ 도심에 '자연'이 흐른다

입력
2005.08.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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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물에 손부터 담가보았다. 삭막한 도시에 찌든 가슴이 후련해진다. 그새 바닥 돌에 낀 이끼도 정겹고, 물 비린내도 반갑다. 위쪽에서 들려오는 자동차 소리와 용접 소음만 아니면 시골마을 개천 풍경으로 착각할 만하다. 10월 1일 복원을 정확히 한 달 앞둔 31일 찾아가본 청계천은 새로운 물길로 자리잡고 스스로 숨쉬고 있었다.

8월 22일부터 시험통수를 하고 있는 청계천은 늦여름의 더위를 식혀주기에 충분했다. 여기저기 공사 자재가 쌓여 있지만 깔끔하게 단장된 산책로와 물길은 시원했다. 물길이 처음 시작되는 광화문 시점부 광장에 들어서니 폭포 소리가 제법 우렁차다. 도심에서 들으리라 생각이나 했던 소린가. 발걸음마저 경쾌해진다.

모전교를 지나 광통교까지 이어진 대리석 광장을 지나면 산책로가 초록빛으로 바뀐다. 천변 벽에는 인동덩굴이 늘어져 있고 낮은 키의 풀도 무성하다. 하늘색 꽃잎을 둥글게 펼친 벌개미취와 보라색 꽃으로 줄기를 덮은 꽃범의꼬리, 돌 틈 사이로 고개를 내밀고 있는 옥잠화가 분위기를 한껏 돋운다. 물잠자리가 즐겨 앉는 갯버들, 물 속에서 하늘거리는 창포와 내자기 등은 시골 개울가 모습 그대로다.

광교를 지나니 ‘정조대왕능행반차도’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다. 조선 정조가 어머니의 회갑을 기념해 화성으로 행차하는 모습을 담은 높이 2.4㎙, 길이 192㎙의 대작이다. 가로 세로 각각 30㎝의 세라믹자기 타일 5,120장을 붙인 후 그림을 그려넣고 있다. 정조반차도 건너편의 벽천분수도 힘차게 물을 내뿜고 있다. 잠실대교 부근 자양취수장에서 관을 타고 올라온 한강물이 공급되는 곳의 하나다. 분수 안쪽에는 빗물을 저장했다가 흘러내리도록 만든 차집관거 수문이 있다. 이번 여름 몇 차례 폭우가 내릴 때 활용됐던 이곳은 시큼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탈취 작업을 하고 있다지만 아직 완전히 처리되지 않은 찌꺼기가 남은 탓일까.

다리 밑에서 더위를 피하는 시민들의 모습도 곳곳에 눈에 띄었다. 세운상가 인근 세운교는 다리 난간 양쪽에 폭포가 설치돼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붙들었다. 지난달 30일 시험가동된 폭포는 높이가 4~5㎙에 이르고 폭도 넓어 멀리서도 물소리가 웅장하게 들린다. 음침한데다 교통체증까지 겹쳐 외면됐던 이 지역이 탈바꿈하자 시민들은 즐거운 표정이다. 반한식(50ㆍ회사원)씨는 “도심에서 물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정서적 안정에 큰 효과가 있는 것 같다”면서 “주말에는 주변을 차 없는 거리로 만들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곳곳에 옥의 티도 보인다. 청계천은 우선 진입로 숫자가 적어 오르내리기가 쉽지 않다. 10분 이상 걸어도 진입로가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있어 혹 비상시에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다. 출입구와의 거리나 화장실 위치 등을 표시해주는 안내판도 없다. 청계천복원추진본부는 안내표지판도 만들고 현재 경사로 8곳, 진입계단 16곳 외에 진입계단 7곳을 추가할 예정이나 5.8 ㎞ 구간 치고는 부족한 편이다. 점심시간에 자주 청계천을 들른다는 전대성(36ㆍ회사원)씨는 “산책로에 나무 그늘이 전혀 없고 벤치도 적다”고 말했다.

수십 년을 콘크리트에 갇혀있다 빛을 본 청계천. 도심 속의 청량제 역할을 다하려면 남은 한 달 세심한 보완이 있어야 할 것 같다.

최진환 기자 choi@hk.co.kr

■ 공정률 99.9%…30일 복원전야제

현재 서울시가 파악하고 있는 청계천 복원공사 공정률은 99.9%. 6월 2일 통수식을 하면서 사실상 대부분의 작업은 완료됐다. 3일까지 마지막으로 전 구간에 물을 흘려보내 보완사항을 점검한다.

지금은 장통교 옆 벽화 ‘정조반차도’의 마지막 손질이 한창이다. 길이 186㎙로 5,000여장의 자기타일로 만들어지는 정조반차도 제막식은 2일 열린다. 시민들의 희망을 담은 글과 그림을 새긴 타일 2만장으로 꾸며지는 ‘소망의 벽’은 청계8가 비우당교 천변에 16일까지 모습을 보인다. 서울시 관계자는 “26일 고산자교 앞에 지상4층 지하2층의 청계천문화관이 준공되면 청계천 복원공사의 전 과정은 완결된다”고 말했다.

30일 청계천 복원 전야제가 열리며, 10월 1일 오후 6시 청계천 복원의 공식적인 완성이 선포된다.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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