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를 가졌거나 희귀ㆍ난치병을 앓은 이들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시선은 여전히 딱한 수준이다. TV 역시 예외가 아니다. 아예 눈길조차 주지 않는 무관심 혹은 무지는 차치하고라도, 그들의 삶에 진지하게 접근했다는 프로그램들도 그들이 겪는 아픔과 고통만을 드러내거나 ‘불굴의 의지로’ 이를 극복한 성공 스토리를 부각하는데 초점이 맞춰지곤 한다.
“건강하게 태어나고 자란 나는 얼마나 행복한가” 하는 안도감, 혹은 극복 사례에 보내는 박수와 격려의 값어치를 폄하할 수는 없겠지만, 정말 필요한 것은 그들의 아픔을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하고 풀어나가야 할 문제로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이 아닐까.
SBS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일 밤 11시55분)은 그런 인식의 전환에 한 발짝 다가선 프로그램이다. ‘세상에서…’는 희귀ㆍ난치병을 앓는 아동이나 장애아를 둔 가족들의 가슴 아픈 사연을 소개하는데 그치지 않고, 희귀병과 장애에 대한 폭 넓은 정보를 제공하고 이들이 처한 제반 환경을 두루 살펴 공동체 속에서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까지 보여준다.
특히 전문가와 자원봉사자, 이웃 등이 함께 참여해 해결책을 찾아주는 ‘솔루션위원회’를 통해 1회성 방송이 아니라, 지속적인 도움이 이뤄지도록 배려하고 있다.
여느 MC처럼 녹화 때 잠깐 얼굴을 비치는 것이 아니라 복지재단, 자원봉사자 모임 등을 직접 찾아 다니며 프로그램을 이끈 황현정 아나운서, 그리고 궂은 일을 도맡아 해준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의 노고도 박수를 받을 만하다.
2003년 5월 해리성 장애아를 다룬 ‘수미야 함께 가자’로 첫 발을 뗀 ‘세상에서…’가 9월 4일 100회를 맞는다. 그동안 사연이 소개된 어린이는 모두 97명. 18회에 방송된 ‘윌리엄스 성민이의 즐거운 노래’편은 병명도 모른 채 고통 받던 같은 처지의 환아들에게 큰 힘이 됐고 ‘윌리엄스 증후군 환우회’가 조직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뮤코다당증을 앓던 현경이(2회), 정철이(4회), 골수이형성 증후증을 앓던 성준이(65회)는 가족과 이웃들의 노력도 헛되이 하늘나라로 떠나 제작진과 시청자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100회에는 부모와 오빠가 모두 선청성 혹은 열병을 앓아 듣지 못하는 수빈이네 사연을 담은 ‘수빈이, 내일을 부르는 노래’편이 방송된다. 이고운 PD는 “이 프로그램은 99%의 시청자의 희망을 모아 1%의 희귀, 난치병 환아들의 삶을 밝히는데 목적이 있다”면서 “희귀질환 가족들에게나 사회 각 분야 단체들에게 더욱더 정확하고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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