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1박2일간 의원 연찬회를 열고 당 혁신안을 놓고 격론을 벌였지만 또다시 아무런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대신 고성과 막말이 오가는 난장판이 연출했다. 겉으론 혁신을 외치지만, 차기 대선을 둘러싼 이해관계에 얽혀 암투를 벌이는 한나라당의 현 주소가 그대로 드러난 자리였다.
박근혜 대표는 31일 의원 50여명의 발언이 끝난 뒤 “더 이상 시간 끄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만큼 이 자리서 의원들의 설문조사를 통해 혁신안 수용 여부를 매듭 짓자”고 제안했다. 혁신안의 최대 쟁점인 조기전당대회 개최 문제에 다수 의원이 부정적 입장을 갖고 있음을 감안한 것으로 보였다.
그러자 조기 전대를 지지하는 반박(反朴)측 의원들이 들고 일어났다. 안상수 의원 등은 “이 자리는 혁신안에 대해 의견을 듣는 자리인 만큼 투표로 수용 여부를 결정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친박 진영의 주성영 의원이 “혁신안은 대표를 끌어내리려는 암수가 담긴 사기”라고 직격탄을 날리며 맞섰고, 당장 “어디다 대고 사기라고 하느냐”, “내려와라”, “저런 측근이 있어서 당이 안 된다”는 반박측의 고성이 쏟아졌다. 의원들간 삿대질과 막말도 오갔다.
사태 수습에 나선 강재섭 원내대표가 “당권 대권 분리 등 혁신안 내용에 대해선 동의하지만 현 지도부의 임기는 보장해 주자는 게 연찬회의 대체적인 결론인 것 같다”며 “이 정도 결론을 내리고 박수치고 마무리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반박측 의원들은 물러서지 않았다.
남경필 의원은 “의원들이 박 대표를 고려해 점잖게 표현했다 뿐 상당수는 조기전대에 찬성했다”며 “왜 지도부가 성급하게 결론을 내리려고 하느냐”고 따졌다.
결국 “차후 설문조사를 통해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하자”는 식으로 봉합됐지만, 홍준표 혁신위원장은 “지도부가 설문조사를 하든 말든 그 결과를 받지 않겠다”고 말해 갈등은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혁신안은 재차 의원들의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운영위 등 당 공식기구의 결정과정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당분간은 결론 없는 공전이 계속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2월 제천 연찬회에서 격론을 벌였지만 유야무야 되고 만 당명개정 문제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홍천=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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