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와 섹서폰의 도시 미국 뉴올리언스가 허리케인 카트리나 앞에 처참히 무너졌다. 사랑하는 가족과 소중한 재산을 순식간에 송두리째 잃은 주민들은 망연자실했다.
지붕에 올라앉아 구조를 기다리는 이재민들, 약탈한 물건을 가득 들고 뛰어다니는 폭도들, 둥둥 떠다니는 가재도구와 생존자를 찾는 구조요원의 고함소리 …
초대형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강타한 지 이틀만인 31일 뉴올리언스는 더 이상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 됐다. 인근 폰트차트레인 호수의 제방이 전날 100m 가량 무너져 내리면서 도시는 80% 이상이 물에 잠겼다. 수심이 무려 6m까지 올라간 일부 지역은 가옥의 지붕과 고가도로만이 간신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주 정부는 주방위군과 구조요원을 제외한 전 시민에게 소개령을 내렸다.
불어난 물위로 시신들이 둥둥 떠다니지만 관심 밖으로 밀린 지 오래다. 더 무너질 지 모를 제방 둑을 막느라, 살아남은 사람을 대피시키느라 인력이 부족한 탓이다.
제퍼슨군(郡)의 크리스 피셔 보안관은 “시체가 떠다니는데 어쩔 셈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냥 지나가게 내버려둔다”고 말했다. 알츠하이머에 걸린 어머니(84)를 다락방에 옮겨놓은 뒤 돌아온 중년의 아들은 어머니가 메트리트 째 떠내려간 것을 확인하고는 눈물을 쏟았다. 그나마 수습된 시신들도 검은 비닐에 쌓인 채 길가에 방치돼 있다.
재해당국은 오염된 물, 시신 등에서 비롯되는 각종 전염병 등 제2의 피해에 대처하느라 정신이 없다. 야생벌레와 뱀, 심지어 악어까지 출몰했다는 보고도 들어오고 있다. 1만 여 명이 머무르고 있는 미식축구장 수퍼돔은 단전으로 어둡고 공기가 탁한 생지옥이 돼가고 있다. 주 당국은 이곳의 주민들에게도 소개령을 내렸지만 거꾸로 갈 곳을 잃은 이재민들이 계속 밀고 들어오고 있다.
뉴올리언스가 미국 역사상 최악의 자연재해라고 할 만큼 막대한 피해를 입은 것은 독특한 지형구조가 큰 원인이다. 대부분이 바닷물 수위보다 낮은 이 도시는 펌프와 운하, 제방 등을 이용해 물을 다스려 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한꺼번에 쏟아져 내리는 폭우를 감당하지 못해 펌프가 작동하지 못했고, 설상가상 폰트차트레인 호수의 물을 도시에서 흘려보내는 제방 마저 무너져버렸다. 요원들은 이미 무너진 제방을 복구하기 보다는 여기저기서 균열조짐을 보이는 다른 제방을 모래주머니로 막느라 혼신의 힘을 쏟고 있다.
이 와중에 약탈이 기승을 부려 주민들은 더 절망하고 있다. 가게 철제문을 뜯고 들어가 생필품과 보석류 등을 마구잡이로 들고 나오는 가 하면, 커다란 베니아판을 물 위에 띄워 훔친 물건을 싣고 달아나기도 했다. 약탈자끼리 서로 자기 것이라고 다투다 총격전이 벌어지는 경우도 속출했다
황유석 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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