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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검사와 떡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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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검사와 떡값

입력
2005.08.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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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간부 검사들이 재벌의 떡값을 받으며 관리되어 왔다는 충격적인 의혹이 제기되었다. ‘떡값’은 ‘대가성이 없다’는 일부의 주장과 달리 ‘뇌물’이고 ‘범죄’다. 지위나 권한 때문에 준 돈이며 어떤 형태로든 업무에 영향을 미쳐 공정성을 저해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동서를 막론하고 거리에서 법을 집행하는 경찰관의 비리에 대한 대책은 끊임없이 논의되고 제시되었다. 관리감독 체계와 교육훈련, 처벌이 강화되었다. 업무와 관련해서 수 천원 내지 수 만원의 돈을 받다가 적발되면 체포되고 직업을 잃고 언론에 공개됐다.

하지만, 오히려 이들을 관리하고 감독하고 통제해야 할 검사들의 비리를 막기 위한 대책들은 발견하기 어렵다. 외국에서는 잘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며 우리나라에서는 조사할 수도, 언급할 수도 없는 문제였기 때문이다.

수사는 경찰이 하고 검사는 경찰수사를 감독 통제하는 프랑스와 독일은 검사들이 지방법원에 속해 있어 우리처럼 상명하복 관계로 묶인 단일조직 구조를 이루지 않는다.

검사에게 떡값을 줄 이유도 없고 떡값 받는 검사가 무사할 수도 없다. 영국의 검사는 기소유지를 위해 필요한 경우 외에는 수사에 관여할 수도 없어 결코 ‘권력기관’으로 인식되지 않는다. 호주, 캐나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외국선 수사에 관여 못해

미국의 지방검사는 지역의 최고 법 집행자로서 막강한 권한을 가진다. 하지만 그 역시 경찰수사를 좌지우지할 수 없으며 전문지식과 능력을 무기로 소수의 보좌진과 함께 일하지 우리처럼 대규모 조직체로 사회 전체를 장악하지는 않는다. 도덕성에 문제가 있는 미국 검사들이 종종 언론에 보도된다.

주로 마약복용, 가정폭력, 음주운전, 성 매매 등으로 경찰에 체포되어 자신이 기소하던 범죄자와 똑같은 모습이 되었을 때다. 능력과 지위에 상관없이 법을 어기면 어떻게 되는지를 국민에게 알려주는 교과서 역할을 하는 사례들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2,000여 검사들이 모두 한 식구로 똘똘 뭉쳐 서로를 지키고 보호한다. 법적으로 유일한 수사권자요, 경찰 등 수사기관에 대한 절대적인 지휘권을 행사하며 범죄가 확인되어도 기소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기소재량권을 한 손에 쥔 검사가 떡값을 받거나 다른 불법행위를 저질러도 이를 수사하고 단죄할 외부기관이 없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얼마 전까지 ‘법무부 소속 직원의 범죄혐의는 검사만 수사할 수 있다’는 규칙이 시행되었다. 떡값 검사를 경찰이 수사하라고 시민단체가 고발했지만 검찰은 경찰에 사건을 넘기라고 지시하고 경찰은 이에 응할 태세다.

성매매업주의 장부에 기록된 검사를 수사한다고 하던 한 경찰서 형사과장이 인사 조치된 것이 그리 오래되지 않았고, 변호사 비리사건 관련 검사들의 떡값수수 의혹을 보도했던 방송사는 손해배상 판결을 받았다.

대통령의 결연한 의지를 담고 출범한 부패방지위원회는 전직 고위 검찰 간부의 비리의혹을 조사한 뒤 혐의를 확인하고 검찰에 고발했지만 검찰은 불기소 처분했다.

비리수사에는 성역이 없다며 심지어 대통령 주변까지 수사하고 기소 전에 마구 피의사실을 공표해대는 검찰이 유독 자기 식구의 범죄혐의에는 관대하다 못해 무능함을 드러낸다. 관계자를 탓할 일이 아니다. 제도와 관행이 그렇게 되어 있는 것이다.

●검찰 개혁의 고삐를 당겨야

굳이 “누구도 자신의 문제에 심판관이 될 수 없다”는 법언이나, “사법시험 합격이 도덕적 무결성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사실을 언급할 필요도 없다. 이대로는 안 된다.

우리나라 최고의 인재들을 무한권력을 미끼로 잘못된 제도의 함정으로 끌어들여 관리하고 이용하고 타락시키는, 그 결과 사법정의는 실종되고 억울한 민초가 늘어만 가는 이 상태로는 대한민국이 결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공판중심주의를 제대로 도입하고 수사구조 개혁하라’ ‘검사 처우 개선하고 조직을 수평화하라’ 선거철마다 제시되던 공약이다. 여야 구분 없이 한 목소리를 이루어 이번에는 반드시 이행되어야 한다.

표창원 경찰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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